[토요 영화] KBS2 '오아시스'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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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사랑이란 과연 달콤한 것일까

오아시스(KBS2 밤 10시50분)='참여정부'의 첫 문화부장관에 임명된 이창동 감독의 최근작이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전작 '초록물고기''박하사탕'에서 한국 현대사의 어두컴컴한 그늘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감독이 이번엔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사실적 영상으로 일관했던 전작과 달리 감독은 이번에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섞어가며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하려 든다.

'오아시스'의 사랑은 결코 감미롭지 않다. 오히려 팍팍하고 고단하다. 그럼에도 울림은 크다.

감옥에서 막 출소한 사회부적응자 종두(설경구)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라는 극단적인 인물을 내세우면서도, 그들이 차츰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적지 않은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편을 가르려는 평소 우리의 태도가 얼마나 그릇된 것인가를 입증하려는 것 같다.

'오아시스'에선 연출과 연기가 훌륭하게 결합된다. '변태'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장면 장면을 꼼꼼하게 완성한 감독의 집요함이 돋보이고, 대책 없이 건들거리는 한심한 청년 종두와 항상 온몸을 꼬아대는 공주를 연기한 설경구와 문소리의 저력이 만만찮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자신을 업고 있는 종두에게 공주가 나지막하게 불러주는 '내가 만일'은 강력한 여운을 남긴다.

'오아시스'는 논란도 일으켰다. 자신의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죽이고, 또 장애자인 자신을 겁탈하려 했던 종두를 과연 공주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또 자신의 결백을 밝힐 수 있음에도 바보처럼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던 종두의 캐릭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너무 갑갑하고 숨이 막힌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럼에도 '오아시스'는 남녀의 사랑, 나아가 인간의 육체성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지난해 한국 영화계의 값진 수확으로 꼽힌다. 19세 이상 시청가. ★★★★(만점 ★5개)

*** 그때 아프간에선 어떤 일이…

칸다하르(EBS 밤 10시)

2년 전 지구촌의 양심을 일깨웠던 화제작이다. 9·11 테러사건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정권 당시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란 영화계를 대표하는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빈 라덴이 숨어 살았던 아프간이 아닌, 전제 정권의 폭압 아래서 신음했던 아프간의 어제를 적나라하게 낚아챘다. 캐나다에 살고 있던 여성 저널리스트(닐로우파 파지라)가 아프간에 홀로 남겨졌던 동생의 자살을 막기 위해 멀고 험한 여정에 나선다. 원제 Safar e Ghandehar. 15세. ★★★★

*** 누가 모네 그림을 훔쳤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MBC 밤 11시10분)

007 시리즈의 제5대 제임스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한 로맨스 스릴러다. 스티븐 맥퀸·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1968년작을 새로 매만졌다. 감독은 ‘다이하드’‘붉은 10월’의 존 맥티어넌. 화려한 액셥보다 차분한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 취미로 명화를 훔치는 부자 도둑 토머스 크라운(피어스 브로스넌)과 그를 추적하다 사랑에 빠지는 보험조사원 캐서린 배닝(르네 루소)의 사랑이 펼쳐진다. 페이 더너웨이도 정신과 전문의로 다시 나온다. 원제 The Thomas Crown Affair. 99년작. 19세. ★★★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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