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버핏 … 10조7400억원 투자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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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공포에 떨 땐 욕심을 내고, 모든 사람이 욕심을 부릴 땐 겁을 내라.”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이다. 이 원칙에 충실한 덕분에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동안 100억 달러 수익을 올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그것도 불과 6개 기업에 투자해 거둔 성과로 세 전 수익률은 40%에 달한다. 게다가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6개 기업의 지분이나 채권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어 배당·이자 수입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버핏은 “일반투자자라도 2008년 금융위기로 증시가 공황 상태에 빠졌을 때 투자했다면 높은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며 “시장이 공포에 사로잡혔을 때가 최적의 투자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모든 금융회사가 대출 회수에 나섰던 2008년 10월 사탕회사 마스에 65억 달러를 쏴줬다. 마스가 260억 달러에 제과업체 리글리를 인수합병(M&A)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 그 대가로 지금까지만 38억 달러를 챙겼다.

 버핏은 골드먼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자금난에 처했을 때도 흑기사를 자처했다. 버핏이 각각 50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소식에 두 회사는 단번에 위기에서 탈출했다. ‘버핏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버핏은 이후 골드먼삭스 지분을 더 늘려 6대 주주로 올라섰다. 버핏은 “아직도 현금보다는 주식을 보유하는 게 낫다”며 우량기업 사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만 2008년 이후 주가가 올라 과거처럼 짭짤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푸념이다.

 WSJ는 별도 기사에서 최근 미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국가부도 우려 역시 역설적으로 우량기업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셧다운은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고 미 정치권이 국가부도 사태만은 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란 것이다.

투자회사 블루하버그룹의 클리프턴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국가부도 우려가 시장을 공황 상태로 몰아간다면 어쩌면 올해 마지막 절호의 투자 기회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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