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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준PO 1차전] 박병호 넘기고 이택근 끝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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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택근(맨 앞)이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 말 끝내기 안타를 때린 후 동료에게 물세례를 받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확률은 89.3%(22번 중 19번)이다. [임현동 기자]

프로야구 전문가들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다는 것을 넥센 히어로즈의 약점으로 지적했다. 홈런왕 박병호(27)도 가을야구 경험이 없다는 게 유일한 걱정거리였다. 경기 전 박병호는 “경험이 없는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약속을 지키는 것은 단 한 번의 스윙으로 충분했다.

박병호

 박병호는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뜨렸다. 넥센이 1회 말 서동욱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먼저 얻은 뒤 4번 타자 박병호가 타석에 섰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 니퍼트는 정면승부를 펼쳤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높은 직구(시속 150㎞)를 던졌다. 박병호는 높은 볼을 짧고 빠른 스윙으로 걷어 올렸다. 타구는 목동구장을 정확히 반으로 쪼개듯 날아갔다.

 두산 베어스 중견수 이종욱은 뒷걸음치다 펜스 3m 앞에서 멈췄다. 잡을 수 있는 타구가 아니라는 걸 느낀 것이다. 비거리 125m짜리 중월 솔로홈런.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다는 건 박병호의 약점이 아니라 가을에도 그가 무섭다는 걸 몰랐던 두산의 약점이었다.

 두산이 2회 초 동점을 만들었고 넥센은 3회 말 1사 2, 3루 찬스를 맞이했다. 3번 타자 이택근이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박병호 타석이 돌아왔다. 니퍼트는 망설임 없이 박병호를 고의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만루에서 강정호는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박병호는 2-2로 맞선 6회 말 선두타자로 나섰다. 니퍼트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었으나 이후 볼 네 개를 연속으로 던졌다. 고의볼넷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승부를 피한 것이다. 니퍼트는 1사 1루에서 김민성의 땅볼을 자신이 직접 잡고도 2루에 던지지 않았고 1루로 송구했다. 주자 박병호를 놓친 게 실수였다. 후속 이성열이 빗맞은 좌전안타를 때리자 2루 주자 박병호는 홈까지 파고 들어 3-2를 만들었다.

 박병호는 올 시즌 홈런(37개)·타점(117개)·득점(91개)·장타율(0.602) 등 공격 4개 부문 1위에 올랐다. 홈런·타점·장타율 부문에선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외국인 타자가 한 명도 없고 토종 홈런 타자들이 주춤한 가운데 박병호의 괴력은 더욱 돋보였다. 그의 파워배팅은 포스트시즌에도 계속됐다.

 넥센은 재빨리 불펜 승리조를 가동했다. 선발 나이트는 6과3분의 1이닝 동안 7피안타·2실점으로 잘 던졌다. 나이트 이후엔 홀드왕 한현희를 투입해 1이닝을 맡겼다. 8회 1사에선 왼손 강윤구가 나와 왼손타자 오재원을 삼진으로 막았다. 이어 세이브왕 손승락이 나왔지만 9회 초 2사 1루에서 정수빈에게 동점 2루타를 얻어맞아 3-3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넥센의 9회 말 공격은 묵직했다. 두산 윤명준이 선두타자 유한준에게 볼넷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2사 2, 3루가 됐다. 두산의 네 번째 투수 정재훈이 이택근과 만났다. 뒤 타자 박병호를 생각하면 이택근과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 타석까지 4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이택근은 끝내기 우전안타를 때려내며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상은 놓쳤지만 박병호는 대기타석에서도 두산을 압박했다. 창단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첫 승을 올린 넥센의 히어로는 역시 박병호였다

 9일 오후 2시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투수로 넥센은 밴 헤켄(12승10패·평균자책점 2.73), 두산은 유희관(10승7패·평균자책점 3.53)을 각각 예고했다.

글=김식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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