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외교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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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5일 닉슨 미대통령은 『70년대를 위한 미국의 외교정책-평화의 설계』라는 제목아래, 장문의 외교교서를 미 의회에 보내면서 이 가운데서 70년대에 있어서의 미 외교정책의 기본방침을 밝혔다.
이 교서의 골자를 간추려보면, ①미국은 이제 새로운 외교방향을 확고하게 잡았으며, 그 방향으로 착실한 전진을 보이고 있다는 것 ②새로 등장하게된 미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임무에 부응키 위해 불가피하게 자신의 이른바 닉슨·독트린이 생겼다는 것 ③한국은 닉슨·독트린이 성공한 훌륭한 사례라는 것 ④그리고 월남 및 중동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대 중공 접촉의 증대, 군축협상의 계속적인 추진, 미·소 협조 등 광범위에 걸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것이다.
닉슨 대통령의 이와 같은 외교교서 내용은 별로 새로운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는 작년 2월18일에 발표한 『70년대의 외교정책-평화를 위한 새 전략』이라는 교서를 통해서도 전후 4반세기를 맞이하게 된 이 시점에서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연출해야할 임무에 따르는 정책변경의 의도를 명백히 하는 동시에, ①우방들과의 협동체제와 닉슨·독트린 ②평화를 위한 주석으로서의 미국의 힘의 배양 ③협상의 촉진 등을 말한 바 있었음을 상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전기한 70년2월10일의 교서와 이번 것의 차이를 찾는다면 작년의 교서가 평화전략이었던데 비해 금년의 교서는 평화설계로 되어 있듯이 닉슨 대통령의 외교방침이 전략단계로부터 설계와 구축의 단계로 구체화하고 있음을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다만, 우리의 입장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주한미군 2만명의 감축과 국군현대화를 위해 미국의 계속적인 지원강화를 명확히 한 점이라 하겠으며, 그와 더불어 닉슨·독트린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각국의 방위와 발전은 1차 적으로 그들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하는데 그치지 않고, 『2차 적으로 지역적인 책임』을 추가, 지역국가간의 협조를 강조한 점등이라 하겠다.
이리하여 닉슨 대통령은 변천된 국제관계의 현상인식을 전제로, 각국이 미국에 대한 의존태도를 지양하고, 의지로부터의 자립을 계속 강력히 촉구하고 있으며, 그 일부가 이미 실천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가 지적한 세계정책의 변경추세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원·불원을 가릴 것 없이, 이미 미국의 움직일 수 없는 외교방침으로 굳어졌음을 다시 확인하는 동시에, 그것이 이미 하나의 기정 사실화한 세계조류라고 못박고 있음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역력히 깨닫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은 작년의 교서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교서에서도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그의 정책이 성공한 표본국으로 찬양했다. 우리는 그것을 고무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나, 우리의 솔직한 심정은 닉슨·독트린의 향방이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에 대해서 일말의 의구심을 또한 감출 수 없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시아에 관한 한 그의 닉슨·독트린은 한국이나 월남에 집중적으로 적용되고있는 것 같으며, 궁극적으로 그것은 주한미군의 완전철수까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굳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로서도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전면철수를 당연히 예상해야하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우리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이 한반도 내지 동부아시아 정세에 대한 정세판단에 있어서의 한미간의 근본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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