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예방하는 다섯 가지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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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통해 성조숙증의 주된 원인인 소아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왔다. 식욕이 당기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요즘, 아이들의 체중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른바 ‘천고아비’(天高兒肥)’를 조심해야 하는 것. 2차 성징이 이른 나이에 나타나는 성조숙증은 ‘너무 잘 먹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몸무게 말고 체질량지수 확인해야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김가영(가명·39)씨는 지난 봄부터 딸 아이 가슴에 멍울이 잡히기 시작해 한의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딸이 비만으로 인한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키 127㎝, 몸무게 31㎏로 또래보다 조금 통통하다고 여겼을 뿐인데 체성분 검사 결과는 비만이었다.

 성조숙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비만이 손꼽힌다. 체지방률이 증가하면 성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돼 사춘기가 일찍 찾아오게 된다. 이 때문에 뼈의 성장판이 일찍 닫혀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게 되는 것. 2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면 또래보다 빨리 키가 훌쩍 크지만 성장 기간은 줄어들어 최종 키는 또래보다 작은 경우가 많다. 서정한 의원 박기원 원장은 “여학생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가슴에 멍울이 생기는 등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전문 검사를 통해 뼈 나이와 초경시작 시기를 파악해 정상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겉보기에 뚱뚱하지 않다고 안심하면 안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의 키와 체중만을 보고 비만에 대해 간과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체질량지수는 정상 범위이지만 체지방률은 높은 ‘마른 비만’에 속하는 아이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마른 비만이 되지 않으려면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고 동시에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체지방량 감량도 중요하지만 근육량을 늘려서 기초대사량을 높일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성조숙증 주요 원인인 소아 비만은 잘못된 식생활 습관으로 인한 영양 과잉과 운동 부족 탓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아 비만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평소 자녀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이지 않았는지, 늦은 밤에 음식을 먹도록 내버려 두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성조숙증을 예방하고 우리 아이를 훤칠하고 미끈하게 키우고 싶다면 먹을거리에 꾸준히 신경 써야 한다. 인스턴트 음식과 너무 짜거나 단 음식 등은 피해야 한다. 박 원장은 “잘 먹어야 키가 잘 큰다는 말의 ‘잘 먹는다’는 많이 먹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키 성장에 좋은 음식을 골라 먹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의 성조숙증을 예방하고 키 성장을 위해 한방의 다섯 가지 맛을 잘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한방에서는 맛을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이는 각기 다른 장기에 영향을 준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맛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두면 식단을 짤 때나 간식을 살 때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스트레스로 흥분한 아이에겐 상추·도라지 등 쓴맛 음식을

먼저 신맛은 몸 안으로 기운을 모아주는 작용을 한다. 아이가 피로하고 지쳤을 때 신맛이 강한 등푸른 생선과 귤·딸기·유자·매실·오렌지 등 신맛 과일을 챙겨 준다. 신맛은 간과 쓸개를 강화해 근육과 인대, 손발을 튼튼하게 한다. 하지만 신맛 음식은 너무 많이 먹으면 구토를 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는 코르티졸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는 성호르몬과 생성과정이 유사하다. 이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는 아이의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다. 쓴맛은 흥분을 진정시키고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하므로 아이가 화가 났거나 너무 놀랐을 때 냉이·상추·쑥갓·취나물·더덕·도라지 등 쓴맛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진정효과를 볼 수 있다. 쓴맛은 심장과 소장을 강화해 피로회복을 돕고 위액이 잘 분비되도록 도와 설사를 자주하는 아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단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하므로 평소에 몸이 찬 아이들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단맛은 영양과 원기를 보충하고 근육을 이완해 조급함이 누그러지도록 돕는다. 아울러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몸에서 독소를 내보내 긴장감에 눌려 키가 크지 못하는 것을 막아준다. 단맛과 관련이 있는 기관은 위장과 비장. 따라서 단맛을 적절히 이용하면 무릎이 튼튼해지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신장과 뼈가 약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두·참외·단감·단호박 같은 황색식품과 망고·파인애플 등의 단맛 과일이 대표적이다.

매운맛은 기분이 축 처져 있을 때 체온을 올리고 활력을 찾아준다. 또 폐·대장과 관련이 있어 호흡을 깊게 해주고 변비를 해소한다. 하지만 기운을 밖으로 발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과할 경우 땀이 많이 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짠맛은 신장·방광·생식기에 좋다. 돼지고기 등의 육류, 젓갈류, 소금·된장·간장 등 짠맛을 내는 식품을 적절히 먹으면 뼈와 골수, 정강이, 발목, 체모가 튼튼해지고 활발한 신진대사를 돕는다.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경우 짠맛이 과할 경우 생식기가 지나치게 빨리 성숙해 성조숙증으로 성장판이 이른 나이에 닫힐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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