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약의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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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배가 고파진 어느 사람이 떡을 일곱개 샀다. 한 개, 두 개 먹기 시작해서 여섯개까지 먹어도 배는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떡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일곱번째 떡은 아낀다고 반으로 나누어서 먹었다. 그랬더니 곧 배가 불렀다.
그 남자는 남은 반 조각 떡을 손에 들고 억울한 듯이 중얼댔다.
『이 반개의 떡으로 배가 부를 줄 알았다면 먼저 것들 여섯개는 먹지 않을걸 그랬다.』 잘 살기를 꿈꾸는 우리네는 어쩌면 이 남자처럼 어리석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외국인 기자에 의하면 전후 세계에서 가장 경제 발전 속도가 빠른 일본인들은 동시에 가장 검약을 잘하는 국민으로서도 세계에서 첫손 꼽힌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알뜰한 게 스코틀랜드 사람들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실제로는 자기네 수입에서 8%를 저축할 뿐이다. 여기에 비겨 서독인은 16%, 그리고 일본인은 근 20%나 저축한다는 것이다.
저축할 여유가 거의 없는 적자 인생살이를 꾸려 나가고 있는 우리네에게는 부럽기 한이 없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 같아서는 꿈같은 얘기지만, 만일에 저축할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서독이나 일본 사람만큼 알뜰한 생활을 할 수 있겠는지. 그것은 아마도 어림없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 국민 가운데 상당 부분은 허황 된 풍족 속에서 들떠 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자는 또 GNP 세계 제2위인 일본이 열 사람에 한 사람 꼴로 밖에 자동차를 안 갖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것은 알뜰해서 만은 아니다. 자가용이 없어도 그리 불편을 느끼지 않을 만큼 교통 시설이 잘 돼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돈만 좀 벌면 차부터 장만하려는 우리네 자가용차 족을 나무랄 수만도 없다.
대부분의 일본 근로자들은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닌다는 얘기도 그렇다. 도시락을 싸들고 와도 우리네 직장에서는 더운 물 한 컵 제대로 마실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한다.
그래도 돌 밥을 억지로 삼키려 치면 곁에서 동료가 돈벌려고 그러느냐고 빈정거린다. 그런다고 돈이 벌어지는게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빤히 알고 있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도시락 궁상을 떠는 걸 포기하고 만다.
없는 살림에 도시락을 만드는 아낙네들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아마 이런 것 저런 것 때문에 도시락 가지고 다니기 운동도 꼬리를 감추게 된 것인가 보다.
모든게 먹자판 속에서 잘 살겠다는 것은 마지막 반개의 떡으로 배불러진다고 여기는 남자와 다를 바 없다. 그만큼 어리석은 우리네도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도 왜? 이게 사실은 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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