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사일 방어망 우주로 확대 저층 벗어나 대기권 밖까지 요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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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호 01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국 MD의 핵심 장비를 도입,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우주가 시작되는 외(外) 대기권까지 요격 능력을 넓힐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패트리엇 미사일이 맡는 고도 30㎞ 이하 저층 방어체계를 고도 150㎞까지 요격할 수 있는 상층 방어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공군은 그 일환으로 미국 MD의 주력 장비인 중고(高)고도 방어체계(THAAD) 구입을 위한 소요를 조만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도 아울러 고도 500㎞까지 요격 가능한 SM-3 블록2A 요격미사일에 대한 소요 제기를 검토 중이다. 이들 장비를 구입할 경우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에 배치돼 있는 요격 지휘부 ‘KAMD 셀’의 방어 능력이 대폭 향상돼 미국과의 MD 협력체계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런 조치는 지난 2일 국방부에서 열린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전후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전시작전권 환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MD다.” “한·미 MD가 같을 필요는 없으며 상호 운용성이 있으면 된다. 지휘통제억제 능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대목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등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대응 능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이런 조치는 KAMD를 미국 MD에 일부 연동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한·미 MD 연계’에 반대해 온 중국 쪽의 민감한 반응이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의 핵심이 MD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 A씨는 최근 “지금까지 미사일 방어는 패트리엇 3 미사일을 위주로 한 고도 30㎞ 이하 저층 방어였으나 최근 국방부 기조가 바뀌었다”며 “국방부는 상층 방어가 필요하며 관련 무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북 미사일 방어를 맡는 공군의 방공유도탄사령부에서 조만간 THAAD 소요를 제기할 것이란 얘기다. THAAD는 미국 MD에서 하강 단계의 중·상층 고도(40~150㎞)에서 요격하는 미사일로 1개 포대에 약 2조원의 비용이 든다.

해군은 이지스함 장착용 SM-3 미사일 구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합참 및 해군 지도부는 몇 년 전부터 이런 방안을 거론했다”며 “지난 2~3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5~6월부터 SM-3로 방향이 잡혔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 B씨는 “해군 관련 기관이 SM-3의 요격 능력에 대한 논의와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도 이지스함 세 척의 추가 건조를 위한 타당성 평가 예산안을 편성했다. SM-3 미사일은 미국 MD의 핵심 주축으로 요격 고도 70~500㎞, 사거리 500㎞로 THAAD보다 고도·거리 측면에서 훨씬 더 성능이 우월하다. 해군은 세 척의 이지스함 성능 개량과 SM-3 구입에 2조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THAAD와 이지스 시스템은 미 록히드 마틴사의 제품이며 SM-3는 레이시언사의 제품이다. 이 가운데 록히드 마틴은 이미 해·공군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 6월 미국 해군대학의 SM-3, THAAD, PAC-3를 대상으로 한 요격 실험에서 SM-3의 성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문가들도 SM-3가 THAAD보다 성능이 월등하다는 평가를 내놓아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해·공군 갈등도 예상된다. 군 관계자 C씨는 “두 개 장비를 대상으로 이미 해·공군 사이에 은근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THAAD나 SM-3 미사일을 구입할 경우 국내외에서 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된다”고 평가될 경우 중국 측이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여 한·중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 ‘한·미 MD 연계’에 반대해 왔던 중국이 미·일 관계 밀월과 한국의 MD 장비 구입을 한·미·일 삼각동맹의 압박으로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8p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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