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VS 일본야구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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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능력]

일본 야수들은 전반적으로 수비가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들의 수비는 분명 한국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이며, 비록 메이저리그 야수들이 가진 역동적인 플레이가 부족하긴 하지만 꾸준함을 지녔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맹점들이 존재한다.

(1) 내야의 인조잔디

일본은 야쿠르트 진구구장, 히로시마 시민구장, 한신 갑자원구장, 오릭스 고베 그린스타디움 이 4개 구장을 제외하곤 모두 인조잔디가 깔린 구장이다. 구장특성 상 내야수들은 평상시에 빠르게 튀겨오는 타구에 대비해 상당히 뒤쪽으로 후진해있는 특화수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땅볼 코스타구는 수비위치를 깊게 잡은 수준급 내야수들에게 많이 잡힌다.이런 방식의 야구는 수비 잘 하는 선수와 보통인 선수의 차이를 줄여놓는다.

대신 인조잔디 특성상 바운드가 큰 타구의 체공시간이 길어 크게 튀는 타구엔 내야안타를 자주 허용하게 된다. 이런 점을 이용해 힘없는 단타자들이 배트 밑부분에 공을 살짝 맞히고 잽싸게 뛰어나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2) 돔구장의 높은 외야펜스

돔구장의 높은 외야펜스 역시 적극적인 펜스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웬만큼 머리를 넘어갈 듯한 타구에는 점핑캐치를 시도하기보다는 펜스를 맞고 튀어나오는 공을 기다리는 안전한 수비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방어적인 수비

대개의 일본 야수들은 실패를 부덕으로 여기는 선수양성방식 때문에 망신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이빙이 필요하다던가 하는 어려운 타구엔 승부하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영화'미스터 베이스볼' 에서 주인공 잭 엘리엇은 자기 팀 좌익수가 항상 한 걸음 앞에 떨어지는 타구에 전력으로 대시하지 않고 그냥 편안히 원바운드 처리를 하자 '먼지 좀 묻혀!'라고 외친다. 이들의 방어적인 수비태도를 꼬집은 단면이라 할 수 있다.

(4) 열개가 마치 하나처럼

야구장을 거의 비슷하게 지어놓아 잠깐 봐서는 어디가 어느 구장인지 구별하기 힘든 게 일본이다. 펜스, 파울라인 등 거의 모든 구조들이 비슷해서 원정경기 선수들도 그 특징을 금방 파악할 수 있으니 당연히 실책이 줄어든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파울라인이 넓은 구장도 있고 파울라인이 거의 없는 구장도 있다. 휴스턴 구장같이 센터가 엄청 깊고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가 하면, 보스턴 펜웨이파크는 좌측 벽 때문에 우타자가 홈런을 날리기 힘들다.

샌프란시스코 퍼시픽 벨 파크는 바다안개가 짙어 외야수비가 쉽지 않다. 컵스의 리글리필드처럼 담쟁이 외야와 상대하다가 몸을 긁힐 수도 있다. 미네소타의 메트로돔은 관중소음이 외부로 퍼지지 않고 경기장 안에서 돌도록 설계되어 야수간의 콜을 거의 들을 수 없다.

이런 점들로 인해 메이저리그의 야수는 각 구장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실수 장면들이 연출하곤 한다.

(5) 만능형 선수 지향하는 야구교육

95년 지바 롯데에서 감독을 맡았던 발렌타인은 '일본이 메이저리그보다 수비면에서 나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좌익수, 투수의 수비와, 포수의 블로킹이다'고 말한다.

수비를 중시하는 일본에선 전 포지션에 양질의 수비를 하는 선수를 투입하는 반면, 메이저에서는 선수의 선발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얼마나 쳐내는가'가 가장 큰 고려요소다.

특히 좌익수 자리에는 공격력이 뛰어나고 수비가 별로인 선수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전반적으로 뛰어난 수비실력을 갖추고서야 레귤러에 들어갈 수 있는 일본의 선발법과 크게 배치된다.

그렇다 보니 메이저리그의 타격형 좌익수들과 일본의 외야수들간의 수비실력 간에 격차가 생기게 된다. 일본에선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잘하는 선수들을 선호하는 것이다.

내야수의 역모션타구 처리에도 차이가 있다. 일본에선 항상 공을 정면으로 포구한 다음 송구하라고 가르친다.

그렇지만 이것은 정말 역동작 타구일 때는 효용성이 떨어진다. 정면까지 발로 타구를 쫓아가야 하고 관성 때문에 몸을 안정시켜야 하는 시간 차 (Time Loss)가 생기기 때문이다. 관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스텝 없이 1루에 송구하려면 당연히 어깨와 몸이 따로 놀아 강한 송구가 나오기 힘들다.

미국에선 자유스런 자세, 그 중에서도 역모션은 백핸드캐치를 권장하고 있다. 정면처리보다 한 두발 덜 가고 관성영향도 거의 받지 않으며 따라서 송구할 때 비교적 강한 송구를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글러브질이 좋아야 가능한 난이도 높은 플레이다.

문현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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