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됐다" 안락사 … 비극이 된 성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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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벨기에의 40대 남성이 안락사를 택했다. 암과 같은 불치병이 아니라 성전환 뒤의 정신적 고통이 문제였다. 그의 죽음을 허용한 의사의 결정이 적절했는지가 논란거리다.

 AFP 통신에 따르면 나탄 베르헬스트(44·사진)는 1일(현지시간) 안락사를 위한 주사를 맞은 뒤 병상 위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베르헬스트는 3남1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이름도 나탄이 아니라 난시였다. 오빠 세 명을 둔 그는 어려서부터 남성을 동경했다. 2009년부터 호르몬 요법과 수술 등으로 성전환을 시작해 2년 전 남성의 신체를 갖게 됐다.

그때부터 그의 정신적 고통이 시작됐다. 그는 주변에 “가슴은 내가 생각했던 형태가 아니고, 인공적으로 만든 성기는 조직 거부 반응을 나타낸다. 나는 괴물이 됐다”고 호소했다. 영국 엑시터대의 연구에 따르면 성전환자의 30% 이상이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다.

 우울증을 앓던 베르헬스트는 병원을 찾아가 안락사를 요구했고 의사 빔 디스텔만스는 이에 동의했다. “참기 힘든 고통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디스텔만스는 지난해 40대 청각장애 쌍둥이에게 안락사를 시행해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시각장애까지 겪게 된 쌍둥이 형제가 “서로를 볼 수 없는 것은 죽음보다 끔찍한 고통”이라고 호소하자 그는 이들의 뜻에 따랐다.

 2002년부터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된 벨기에에서는 안락사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432명(2011년에는 1133명)이 안락사로 숨졌다. 전체 사망자의 2%에 해당된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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