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 가득 메운 아시아 영화의 향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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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 무대에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국내외 영화인들이 화려한 차림으로 레드카펫을 빛냈다. 왼쪽부터 최승현, 김선아, 하지원, 유아인. [부산=양광삼 기자]

영화로 더욱 풍성해지는 부산의 가을이 시작됐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일 개막작 ‘바라:축복’(이하 ‘바라’)을 시작으로 열흘 간의 축제에 돌입했다. 인도가 배경인 영화‘바라’는 부탄의 승려이기도 한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세번째 장편영화. 부탄의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아시아 감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춘 영화제 측의 고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바라’는 신에게 헌신한 어머니로부터 전통춤을 배우는 주인공 릴라(사하나 고스와미)가 하층 계급 청년 샴(디베시 란잔)과 애틋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엄격한 신분 질서를 중시하는 마을 분위기에서 이들의 관계는 서로를 위험하게 만든다. 결국 릴라는 샴과 어머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정한다. ‘바라’는 샴에 대한 사랑을 신에 대한 사랑과 동일시하는 릴라의 감정을 몽환적으로 표현하면서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였다. 릴라가 추는 전통춤 바라타니티암 역시 때로는 성스럽고, 때로는 관능적인 분위기로 스크린을 장식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한 마디로 매우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라는 말로 개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주인공 릴라를 연기한 인도 여배우 사하나 고스와미(27)는 이날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도의 전통춤 가운데 하나인 바라타니티암은 신에게 바치는 춤으로, 영화를 위해 3개월간 이 춤을 배웠다”면서 “이렇게 훌륭한 영화제에 ‘바라’가 개막작으로 선정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은 승려로서 수행 중이라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영상메시지를 통해 “‘바라’는 헌신과 사랑, 믿음의 힘에 대한 영화이자 여성의 강인함에 대한 영화”라며 “항상 감탄했던 인도의 전통무용을 영화를 통해 알리게 돼 매우 기쁘다. 다른 나라(부탄) 사람의 눈으로 보는 인도의 모습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막작 상영에 앞서 이 날 오후 7시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홍콩 출신 배우 궈푸청(郭富城)과 한국 배우 강수연의 사회로 개막식이 열렸다. 외국 배우가 개막식 사회를 맡은 건 지난해 안성기와 호흡을 맞춘 중국 배우 탕웨이에 이어 두번째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많은 분들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에 힘입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제로 우뚝 섰다. 올 영화제는 더 수준 높은 작품과 더 성숙한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70개국 301편의 영화를 해운대 메가박스, 영화의 전당 등 7개 극장 35개 관에서 상영한다. 폐막작으로 한국 김동현 감독의 독립영화 ‘만찬’을 선정한 것을 비롯, 신진 감독들의 신선한 작품에 힘을 실은 게 특징이다. ‘중앙아시아 특별전’, ‘박철수 감독 추모전’, 국내외 거장들의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부산=임주리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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