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운동권 실험대상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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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의 첫 조각(組閣)에 대해 한나라당은 걱정 반 냉소 반의 반응을 보였다. '상임위 차원의 장관 인사청문회'를 통해 혹독한 검증작업을 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노무현식 인사'에 대한 제동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국정이 아마추어 운동권의 실험대상이냐"고 비판했다. 새 정권의 이념편향과 독선.편견이 여지없이 드러난 인선이며, 국론 분열과 국정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金총장은 "盧대통령이 그동안 말했던 '개혁 청와대, 안정 내각'이 아니라 '이념편향 청와대, 불안 내각'에 불과하다"며 "안보와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역량이 의심스럽다"고 혹평했다.

공무원 사회의 동요도 우려했다. 金총장은 "기존 질서와 관습을 완전히 무시한 파격은 공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희(朴鍾熙)대변인도 "주요 부처에 여성을 중용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다수 포함돼 지나치게 실험적인 조각"이라고 했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에 대해선 "대미관계와 관련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강금실 법무.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선 "연공서열이 중시돼온 조직을 잘 이끌어갈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해선 "영화감독 출신이 언론 문제를 잘 다룰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인터넷 추천의 부작용 문제도 제기했다. 朴대변인은 "인터넷은 추천보다 비방이 위력을 더 발휘해 인선과정에서 상처받은 인사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인사청문회에 준하는 혹독한 검증작업을 할"(김영일 총장) 예정이다. 상임위별로 관련부처 장관에 대해 사상.자질.능력.도덕성을 샅샅이 훑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추진하다 무산됐던 '장관 인사청문회'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 이들에 대해 국회가 청문회를 하고 이 과정에서 여론의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복안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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