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문협 이사장 김동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인협회 새 이사장에 선출된 작가 김동리씨는 무척이나 바빴다. 잇단 축하전화와 학교일 예총일 회원 곽종원씨의 건대 총장취임 축하회 등…. 18일 하룻 동안에만도 그가 「얼굴」을 내밀어야할 「스케줄」은 사담의 여유가 없었다. 우선 재선을 축하한다는 말에 『할 일은 많고 재정은 넉너지 못한 자리를 다시 맡게되어 걱정』이라면서 잠시자세를 고쳐 앉는다.
71년은 특히 선거라는 국가적 행사가 있고, 그 바람은 특수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인단체에 심하지 않겠느냐는 일반의 우려에 대해 『단체로서 정치활동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는다. 『원칙적으로 문인들의 정치활동은 자유』라면서 국시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는 개인자격의 정치활동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부당하게 그런 문인들의 활동이 억압당할 때는 문협은 적극적으로 권익옹호에 나설 생각입니다.』
전례없이 많은 회원이 참가한 이번 총회는 선거의 해를 반증이나 하듯 임원선거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마치 무슨 감투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읍니다만 친목단체인 문협의 성격으로 보아 어디까지나 봉사하는 자리에 불과합니다』 1백50명이나 많아야 작년의 3백명 정도가 총회에 참석했으나 이번 총회에는 4백69명이란 과반수의 회원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 『그만큼 열성을 보이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표를 위해 모이는 것이라면 난처한 일입니다』 사실 61년 문협이 발족하고부터 월탄이 그 자리를 맡아오다가 지난해 김동리씨가 이어받을 때까지만 해도 어디까지나 추대하는 형식을 취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본인들이 직접 출마하는 사태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우려」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에서는 문인이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정치적 수완으로 문단의 상당히 높은 지위에까지 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소리도 있고 보면 그의 우려도 당연한 것 같다.
어려운 여건 속에 「봉사」하는 자리에 앉은 그는 먼저 『문학작품을 오락의 대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 가치의 대상으로 보아달라』면서 71년의 설계를 편다. 『지방문인들의 작품발표기회를 넓혀 나가야겠읍니다. 그러자면 기관지인 「월간문학」의 기금을 확보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금년에는 정부나 예총에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겠다고 힘준다. 회원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같이 해결해 나가기 위해 문인공제회도 만들 계획이다.
이보다 더 급하면서도 오랫동안 미결상태로 있는 문인들의 고료현실화를 위해 금년에는 전담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저작권 침해문제도 다루게 할 작정이라면서 전6권의「한국시대계」를 발간하여 이러한 풍토를 문협이 스스로 앞장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몇년 동안 문단의 관심사가 국내작품의 해외소개, 나아가서는 70년대에 우리도 「노벨」상을 타야겠다는 데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는 우수한 작품, 좋은 번역도 중요하지만 한국, 한국어의 국제적 지위향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입니다. 일본의「가와바다」작품이 한국 것이라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죠.』 그러나 작가로서의 문인은 우선 『국제적으로 이해될 수 있으면서도 한국의 정신, 한국의 얼을 주제로 다루고 한국민이면 지나칠 수 없는 우리의 경험을 소재로 꾸준히 작품을 써 나가야 될 것입니다.』 다른 직업이 없이 「글」만 쓰면서 살아가겠다는 회원들을 앞으로 문협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는 잠깐 생각에 잠긴다.
예총소속의 10개 협회중 하나인 문협으로서는 그의 말대로 『할 일이 너무 많고 힘이 너무 적다.』 예총회장 선거의 입김이 문협 총회에까지 들어오고 있다는 일부 이야기에 그는 언급을 피하면서 『문협에는 방계의 단체, 동인회 등이 10여개 이상 됩니다. 이들은 「세미나」를 하고 동인지를 내기도합니다. 결국 이런 「그룹」이 많다는 것은 문학활동이 활발하다는 것 아니겠어요?』그러면서도 때로는 이들이 문협 전체의 운영에 조직된 힘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1주일 안으로 이사장단과 각 분과회장단으로 구성되는 전형위원회를 소집하여 55명의 이사를 선출하고 문협을 사단법인체로 하는 내용의 정관개정안 등 총회 위임사항과 71년도 사업계획안을 확정짓겠다고 말한다.
『무슨 이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잡음은 생길 수가 없죠. 오직 봉사가 있을 뿐입니다.』 그는 지난해에 구상하던 「먼저 말해버리기 곤란한」중편을 금년에는 완성하고 『사반의 십자가』『무녀도』를 개작하여 대작으로 내놓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만큼 「단체일」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면 좋겠다고 욕심을 말한다.
「질서 없는 문인들의 모임」이란 통과는 달리 17일 총회에는 명사회로 5백여 회원들의 칭송이 자자했다는 말에 『해방이후 문인단체활동을 해오면서 그 나름으로 회의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된다는 틀이 잡힌 모양이죠』라면서 크게 웃는다.<권순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