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192명 희생자 유족, 안전테마파크에 공동묘역 추진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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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구지하철 참사 유족이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 앞 잔디공원을 유골 192기가 묻히는 수목장(樹木葬) 형태의 ‘공동묘역’으로 만들기로 하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는 “공원을 희생자 192명의 유골 전체가 묻히는 공원묘역으로 만들자는 요구 공문을 10월 첫째주 대구시에 보낼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윤석기(48) 대책위원장은 “만약 이를 거부하면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묘역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요구는 잔디공원에 구덩이를 파고 유골 29기를 몰래 묻은 유족에게 대법원이 최근 무죄를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 윤씨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장사법에 저촉되는 암매장이지만 공원 형상을 해하려는 고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윤씨는 지하철 참사 유족 30여 명과 함께 2009년 10월 오전 2시쯤 희생자 유골 29기를 한지에 싸서 시민안전테마파크 앞 잔디공원에 가로세로 1m 크기 구덩이 2개를 만들어 암매장한 혐의(장사법)로 기소됐다.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그러나 올 2월 항소심에선 “검찰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이에 불복해 다시 상고했었다.

 윤씨 등이 유골을 공원에 묻게 된 것은 희생자 추모 사업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참사 직후 보상(사망자 1인당 2억2100만원)과 별도로 추모 사업(안전테마파크·추모탑·추모묘역)을 요구했다. 대구시는 2003년 6월 합동 장례식을 치렀다. 그러나 추모 사업은 중구·수성구 등 여러 곳을 찾았지만 주민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5년을 넘게 끌다 동구 팔공산에 터를 잡고 2008년 12월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이듬해 12월 ‘추모탑’을 세우면서 끝이 났다. 유골을 함께 묻는 수목장 형태의 공동묘역은 끝내 만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유족들은 선산(先山)에 매장하거나 사찰·개인 묘지로 뿔뿔이 흩어졌다.묘지를 정하지 못한 유족 29명은 “우리끼리라도 추모탑 인근에 함께 묻자”고 뜻을 모았고 새벽에 유골을 암매장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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