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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사건부담 줄이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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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70년12월31일 국회를 통과, 공포된 「간이절차에 의한 민사분쟁사건처리특례법」이 지난5일부터 시행됨으로써 현행민사소송제도에 많은 변혁을 가져오게 됐다.
부족한 판·검사 수에 비해 늘기만 하는 사건을 줄여 국민의 권리의무의 신속한 실현을 목적으로 대한변협(회장 홍승만)이 국회에 청원했던 이 법안은 ①현행 공증제도와 ②솟가 30만원 이하의 민사분쟁사건 해결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공증 없는 등기는 등기소서 접수 안해>
이 법안(전문17조 및 부칙)은 상사(상사)법인이나 학교법인 등 법인의 등기절차에 첨부되는 결의서는 반드시 공증인의 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공증을 받지 않은 변경등기는 등기소에서 접수를 하지 않는다.
이때 공증인은 이사회 결의절차와 내용이 진실에 부합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법인에 따라서는 이사들의 인감증명만을 사법서사에게 맡겨 이사회결의나 중역변경 등을 등기, 주주총회결의 무효소송, 주주총회결의부존 재 소동, 중역의 직무집행정지가 처분신청, 사문서 위조 등 행사, 공정증서 원본 불실 기재 등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각종 민·형사 고소사건의 혼란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공증 받은 수표부도 판결 없이 집행>
공증사무범위의 확대로 강제집행 할 것을 공증 받은 약속어음이나 수표에 대해서는 부도가 나더라도 민사소송에 의한 확정판결을 거치지 않고 공증사무소로부터 즉시 집행 문을 받아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약속어음 수표를 발행한 후 자필서명을 하고도 이를 부인할 때는 그 입증책임을 원고가 지게되어 수많은 사람을 거쳐 유가증권을 소지하게 된 사람이 발행자나 배서자의 인장 또는 서명을 입증한다는 것은 쉽지 않으며 3심에 이르는 장기화 한 재판과정에서 피고만이 이자의 덕을 보아온 실정이므로 법인등기에 대한 공증제도와 함께 각종 민·형사 고소사건의 30%가 줄어들 것이라고 변협 측은 내다보고 있다.

<경매 때 채무불이행 사전소송 해 둬야>
또한 경매절차에 있어서의 배당요구는 지금까지 차용증서만 있으면 경매법원에 낼 수 있었으나 이 법의 시행으로 집행력 있는 정본에 의하지 않을 때는 경매절차 개시 전에 소송을 제기한 차용증서에 한해서만 배당요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조항(5조)에 대해서만은 갑작스런 제도의 변경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다른 조문들보다는 1년이 늦은 오는 12월31일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채권자들은 이 조항이 발효되기 전에 채무성립의 공증을 받아두거나 기일이 지나도 채무이행을 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제기해 두어야 할 것이다.

<30만원 이하 민사분쟁 판사단독처리>
지금까지는 액수의 다과를 막론하고 본인의 승낙이 없을 때는 조정을 할 수 없었지만 솟가 30만원 이하의 지방법원 단독 판사심판권에 속하는 민사분쟁사건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조정으로 처리 할 수 있게되어 억울한 피해자가 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법률상 가옥을 명도 해야만 하더라도 노부모와 임산부가 있어 당장 명도할 경제능력이 없을 때는 판사가 적당한 기일까지 명도를 늦출 수 있으며 돈을 빌린 후 지급한 이자총액이 원금과 맞먹고 상환능력이 없을 때는 원금의 반을 지급하라는 등의 조정으로 처리할 수 있어 항소제기의 남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이 공증사무범위의 확대로 현재 전국에 18명밖에 없는 공증인제도를 크게 수정, 고등법원소재지에서는 5인 이상, 지방법원 또는 지원의 소재지에서는 3인 이상의 변호사가 합동하여 법률사무소를 차렸을 때에는 공증업무를 할 수 있게됐다. 이 경우 고등법원소재지에서는 3인 이상, 지방법원 지원의 소재지에서는 1인 이상이 10년 이상의 판사·검사·변호사로서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공증인의 정년퇴직 연령을 현행 70세로 규정했던 것을 없앴다.

<법 자체에 모호한 내용 많아 보완필요>
법관과 변호사와의 정실에 따른 사건처리배제, 사건「브로커」와 이른바 변호사의 개인「플레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안도 절차규정의 미비로 상업등기절차가 「올·스톱」되는 등 법 시행을 둘러싸고 많은 문젯점이 드러나고 있다.
①공증인이 등기절차와 그 내용의 진실부합여부를 확인하게 되어있으나 그 방법과 절차 ②공증업무에 대한 보수규정 ③법무부의 합동법률사무소에 대한 공증업무 취급인가절차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는 시행령이 제정돼있지 않고 법 자체에도 애매한 내용이 있어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법원판사들의 견해이다. <심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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