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PGA 챔프, 배상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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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문이 29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29회 신한동해오픈 최종 4라운드 7번 홀에서 어프로치샷을 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어프로치샷 공포를 극복한 배상문(27·캘러웨이골프)이 3년4개월여 만에 국내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9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29회 신한동해오픈 최종 4라운드. 배짱 좋기로 유명한 배상문이지만 그린으로부터 30야드 이내의 어프로치샷을 두려워한다. 지난 5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이후 짧은 어프로치샷 울렁증은 더 심해졌다.

 배상문은 PGA투어에서 그린 공략을 실패한 뒤 97차례나 이 거리에서 어프로치샷을 시도했지만 핀에 가까이 붙여 1퍼트로 홀 아웃한 경우는 29차례뿐이다. 그린을 놓친 홀에서 파 또는 그보다 나은 스코어(버디)를 기록하는 비율을 스크램블링(Scrambling)이라고 하는데 배상문은 29.90%로 낮다. 그린 주변에서 최고의 기술 샷을 구사한다는 리 웨스트우드(40·영국)의 41.67%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이는 PGA 첫 승 이후 12대회에서 일곱 차례나 컷 탈락하는 원인이 됐다.

 배상문은 대회 전 “초청 선수답게 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부담이 크다. 이 코스는 길고 그린 주변의 어프로치샷이 까다롭다. 그린적중률을 높여야 승산이 있다”고 했다.

 예상은 맞았다. 이 코스에서 처음 경기를 한 그는 첫날 이븐파로 고전했다. 그린적중률이 83.33%로 치솟은 둘째날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기록해 단독 선두에 올랐다. 셋째날(그린적중률 88.89%)도 4타를 더 줄여 중간합계 10언더파로 2위 그룹을 6타 차로 따돌렸다. 사실상 우승을 예약한 스코어였다. 그러나 압박감이 높아진 최종일 후반 잇따라 실수가 나와 위기를 맞기도 했다. 12번 홀(파4)에서 공포의 30야드 어프로치샷을 실수해 보기를 했고 14번 홀(파4)에서는 140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렸다.

 하지만 PGA투어 챔피언답게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4라운드에서 버디 3, 보기 4개로 1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9언더파로 우승했다. 2010년 5월 SK텔레콤 오픈 우승 이후 KPGA 코리안 투어 승수를 통산 8승째로 늘렸다. 우승상금은 2억원. 배상문은 “PGA투어에서 최경주 선배의 8승 기록을 능가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상금랭킹 1위 류현우(32·테일러메이드)가 추격에 나섰지만 합계 6언더파로 3타 차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송도=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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