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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집드림 캠페인] 취약계층 실내환경 개선 사업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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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환경부 윤성규 장관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윤승준 원장(왼쪽부터)이 곰팡이가 핀 박태영(가명)씨 집 벽면에 항균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지난 24일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 독거노인 박태영(87·가명)씨의 집이 오랜만에 여러 사람으로 북적였다. “어휴, 이런 집에서 어르신 혼자 사셨다니…”.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반지하 5평인 박씨의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벽면과 천장에 새로 도배를 하고 장판을 교체했다. 페인트도 다시 칠했다. 이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진행 중인 ‘사회 취약계층 실내환경 진단·개선 사업’ 현장이다. 저소득층·독거노인·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실내환경이 열악한 가구·시설을 선정해 유해물질을 제거·개선하는 사업이다. 이날 환경부 윤성규 장관과 윤승준 기술원장, 한국인테리어산업협동조합 관계자가 직접 개선 작업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건강한 집드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녹색공간을 꿈꾸는 ‘집드림’ 현장을 취재했다.

반지하 가정 아이들 비염 달고 살아

이날 관악구 네 가구에서 동시에 공사가 진행됐다. 그중 한 곳이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주부 백인선(38·여)씨의 집. 백씨는 “제거되지 않는 곰팡이가 가장 큰 고민”이라며 “매년 도배를 새로 하는데도 금세 곰팡이가 벽지 위로 피어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백씨의 집 벽면과 천장에는 새까만 곰팡이가 빽빽하다.

문제는 두 아이의 건강이었다. 열 살 큰애는 비염 진단을 받았다. 요즘 기침이 잦아 천식이 아닐까 백씨는 걱정이다. 네 살배기 둘째는 아토피피부염 증세가 나타났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녹색생활본부 석승우 실장은 “반지하 공간은 환기가 안 되고 습도가 높아 곰팡이 서식에 최적지”라며 “새 벽지만 덧바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공팀은 벽지를 뜯은 벽면에 항곰팡이제를 발라 곰팡이의 번식을 억제한 후 친환경 벽지를 발랐다. 헌 장판 대신 친환경 장판이 바닥에 깔렸고, 칠이 벗겨진 화장실 벽면은 항균페인트로 메워졌다.

한화L&C·에덴바이오벽지·삼화페인트 등 친환경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이번 사업에 무상으로 제품을 후원했다. 기술원 윤승준 원장은 “좋지 않은 건축자재에서는 포름알데히드·휘발성 유기화합물 같은 유해 화학물질이 다량 방출된다”며 “실제 친환경제품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개선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내환경 나쁘면 잠재된 질병까지 나타나

아토피피부염·천식·알레르기성비염과 같은 환경성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토피피부염은 최근 15년간 어린이는 2.2배, 청소년은 3.2배 증가했다.

실내환경이 주된 요인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천식환경보건센터 서성철 교수는 “현대인은 하루의 7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내므로 실내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유해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잠재돼 있던 유전인자가 질환으로 발현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경성 질환을 유발하는 오염물질은 다양하다. 곰팡이·이산화탄소·미세먼지·포름알데히드·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대표적이다. 특히 곰팡이는 여러 질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의학연구원은 2004년 곰팡이를 ‘천식 유발인자’로 정의했다. 고려대의대 환경의학연구소 조용민 교수는 “곰팡이는 호흡기뿐 아니라, 아토피피부염·천식·비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2017년까지 3만7000가구 실내환경 개선

하지만 아직까지 실내환경에 대한 국민 인식은 부족하다. 특히 사회 취약계층은 실내환경에서도 취약한 게 현실이다. 환경부 윤성규 장관은 “다수의 사회 취약계층은 화학물질이 가득한 저가 페인트·벽지를 쓰고, 환기가 되지 않는 유해 공간에서 살고 있다”며 “이런 분들에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권을 보장하자는 게 이번 사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2017년까지 3만7000가구를 대상으로 실내환경 진단·개선 사업을 추진한다. 1차적으로 오는 11월까지 전국 240여 곳의 개선 작업이 마무리된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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