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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철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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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한미군 감축 설이 70년 벽두부터 들먹이더니 마침내 미군 기지 폐쇄로 인한 기지촌의 찬바람으로까지 번졌다. 미군 철수는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고 사실은 이미 미국에 의해 짜여진 철군 시간표에 따라 차근차근, 그리고 일방적으로 강행된 것.
「선 보장 후 감군」을 아무리 입버릇처럼 되 뇌였지만「닉슨·독트린」의 찬 물결은 밀물처럼 몰아닥쳤다. 금년 초 서울 내차「아파트」의 설렁한 건물에 폐쇄의 딱지가 나붙은 때부터 조짐은 있었다.
아무리 정부에서 부인 해 봤자「워커힐」의「퍼시픽·홀」에 들락 이는「지·아이」의 숫자는 줄고 예약도 뜸해 졌다. 기지촌은 껍질뿐이었다. 미군은「마치」를 올리면서 일시에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트럭」이 밤에 슬슬 구르면서 야금야금 철수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 펴진 4만6천여 한인 종업원에 대한 감원 선풍이 불었다. 기지촌의 경기는 「카이저」기지의 폭탄선언에 하루아침에 폭삭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이프·양키즈·고·아이·고」(만일 미군이 철수하면 나는 사표를 낸다) 라고 정 내각 총 사퇴로 으름장을 놨지만「양키」는 까딱도 않고「캠프·비바」의 철폐를 고하고 봇짐을 쌌던 것이다.
동두천·운 천·문산 등지에 차례로 기지 문이 닫히자 벌여 놓은 기지촌 경기는 고무 풍선 처 럼 펑펑 터졌다. 전당포도, 술집도, 양복점도 짜 부러 들었다.「홀」종업원도, 양 색시도,「펨프」도, 월부 장 이도, 돌팔이 의사도 파주·용 주 골·선유 리를 떠나야 했다. 물이 휩쓸고 간 갯벌처럼 황폐한 기지촌.
그 스산한 분위기는 접객·용역 업자와 일부 미군과의 채권·채무 불이행이 빚은 말썽 많은 분쟁, 각종 업체 및 부동산의 폭락, 미군 관리 아래 있는 교육기관의 폐쇄용으로 숱한 사회문제를 낳았다.
미군인 에게 의상을 주거나 돈을 빌려 준 기지촌 주민들은 이들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해외로 가져 나가거나 고의로 채무면제를 거부할 경우 강제 집행을 할 수 없다고 울상이다. 서울지검 법무관 행협 담당 부장검사는『미군과 한국인 사이에 일어나는 분쟁거리를 처리하기 위해 한-미 행정협정이 발효 한지 만 4년이 넘도록 아직 절차 규정의 미비에 마른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특히 미군 채무는 미군철수에 따라 골치 거리』라고 인정했다.
그는『그 중에도 공무집행 중의 손해 배상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처리되나 문제가 되는 것은 비 공무집행 중에 일어난 손해 배상 사건에 미군 측의 지급 결정에 불복할 경우와 외상값 대여금 등 순수한 채권·채무 관계』라고 말했다. 소송이 계류 중에 채무자인 미군이 기지를 뜨게 되어「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행 협 발효 후 2천2백55건의 손해 배상 신청 중 6백94건이 미결 상태이다. 현재로서는 시원스런 대책보다는 미군 측의 자발적인 상환 처리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게 고작.
기지촌 경제의 황폐는 가장 괄목할 만한 일. 해마다 1천만「달러」를 상회하는데 그쳤던 건설 군납이 69년에 4천만「달러」선으로 늘었었으나 이젠 내리막이다. 큰 업체들은 올 들어 단 1건의 신규 발주를 못 받았으며 중소 업자도 작년 실적의 몇 분의1도 못 미친다고 울상, H건설의 경우 작년의「비넬」과의 합작까지 넣어 8백만「달러」의 추문을 받았으나 올해는 단 1건도 없다. D회사 역시 작년의 3백만「달러」에 미치지 못한 채『미군 철수로 넘어지는 업체는 없다 하더라도 휘청거리는 업체가 많을 것』이란다.
미군 공사는 월남 등 해외 진출의 발판이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
미군 감축으로 인한 물품 용역 군납도 큰 타격, 그 중에도 연예·이발업 등이 가장 혹심하다. 주한 미군은 1년에 연예 비로 1백50만「달러」를 썼다. 1천여 연예인이 여기에 밥줄을 대고 살아왔는데 큰 날벼락이라고「한국흥행」의 L전무는 말한다.
용역부문은 55종에 2백69개의 업체가 비비대며「달러」를 벌어 들였는데 2만 명이 빠지면 연간 8천만「달러」의 수입이 준다고 울상이다.
외기 노조부위원장이며 부평 지부장인 서정곤씨는『우리의 정보로는 명년 6월까지에 있을 2차 감원 때는 전체의 약 46%가 대상에 올라 있다. 8군에선 교육·기술습득 등 전업대책을 세우는 한편, 자진 퇴직하면 많은 퇴직금을 줄고 설득하고 있지만 우리측 주장은 1차 감원을 내년 3월로 연기하고 1윌1일로 예상되는 임금 인상을 12윌1일로 소급하여 차가운 겨울에 일자리를 잃은 동료들을 구해 주기 바랄 뿐』이라고 말하여 여운은 갈수록 스산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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