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거법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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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담 김철수<서울대법대 교수>조남철<기사>
▲조남철=7대 국회는 선거법 개정을 위해 있었던 것처럼 여-야의 선거법 협상이 많았던 것 같은데 법을 자주 고친다고 공명선거가 될까요.
▲김철수=선거가 거듭될수록 타락과 부정이 많아지니까 법개정이 자주 대두되는 것이겠죠. 아닌게 아니라 6·8선거 후에 적잖은 우여곡절을 거쳐 선거 관계법을 고친 여-야가 또 1년 이상의「마라톤」협상 끝에 이번에 다시 선거법을 개정한 것은 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조=야당이 그렇게 기를 쓰고 고쳐 놓은 선거법의 알맹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김=먼 저번 개정이었습니다만 주민등록증을 지참케 함으로써 대리 투표는 방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또 선거기간 중 공무원의 출장을 제한하고 정부업적 PR을 금지한 것 등은 관권 개입을 막는데 개선된 점이라 할 수 있고 단합대회 등 각종 집회를 제한한 것은 타락선거를 막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지방에서는 선거가 자주 있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 같아요. 막걸리라도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실컷 먹고 투표만 제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김=우리 나라는 아직 그렇지가 않아요. 순박해서 막걸리라도 먹으면 찍어 주거든요.
▲조=의리의 사나이 들이군요. (웃음)
▲김=선거법에 선거 비용은 제한이 되어 있고 또 막걸리를 주거나 교통편의의 제공도 안되게 되어 있어요. 그러나 선거관리 위원회가 정해준 한도액으로는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것이 우리 실정인가 봐요. 여-야가 서로 돈을 많이 써도 돈 많이 썼다는 소송은 없는 것 같아요. 부정과 타락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도 액 위반을 철저히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조=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 완전 공영 제를 했으면 좋겠어요. 선거 운동도 필요 없어요. 입후보자는 가만히 있고 선관위가 벽보나 붙이고 공보 발행이나 하면 될 것 같아요.
▲김=그렇게 하면 선거가 목적으로 하는 유능한 인사의 선출이 어렵게 되겠지요. 특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의 진출은 곤란해지고 70, 80세의 이름 팔린 사람들만 당선될 것입니다. 입후보자는 국민에게 의견을 발표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 외국에서처럼 TV·「라디오」·신문 등「매스컴」을 이용한 운동이 많아져야겠지요.
▲조=선거구도 문제인 것 같아요. 현재의 좁은 지역구는 씨족 선거를 가능하게 하고 또 타락 선거의 바탕이 되기도 하는데 선거법 협상에서 선거구를 넓히는 문제는 거론도 안하고 지역구의 증설 흥정만 한 것은 납득이 안갑니다.
▲김=완전한 전국구 비례 대표제가 이상적일지도 모릅니다. 정당의 득표 비율에 따라 의원 수를 가르면 되니까요. 이것이 안되면 참의원 선거에서 경험한 시-도 단위의 대 선거구나 한 구역에서 4, 5명씩 선출하는 중선거구도, 좋은 방법이지요. 극한 대결을 피하고 유능한 사람의 당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러나 선거 관리에 난점이 있고 후보자가 돈을 더 많이 쓸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겁니다.
▲조=우리 나라의 전국구 후보 제는 모순이 있는 것 같아요. 그 후보를 보고 찍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당에 투표하는 것도 아니고….
▲김=지역구 후보자가 전국구에 입후보할 수 없게 한 것은 좋은 제도가 아니지요. 정당의 중견들을 전국구와 지역구에 같이 입후보시킬 수 있다면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을 제외하고 전국구 당선자들 내게 하여 중견들을 모조리 국회에 진출시킬 수 있거든요. 이렇게 하면 지역구에서의 치열한 분위기를 덜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 선생은 국회의원을「개인」으로 봅니까,「정당인」으로 봅니까.
▲조=당의 노선에 따르지 않으면「항명」이 된다면서요. (웃음)그러니 정당인 이겠지요. 그럴 바에야 대통령 선거결과로 각 당이 의원 수를 안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김=그렇습니다. 정당 정치에서는 개인의 능력이 문제되지 않으니까요. A라는 대통령 후보가 60%의 득표를 했다면 그가 소속한 정당에 60%의 의석을 할당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문제지요.
▲조=이번에 전국구의 의석 배분 요건을 엄격히 한 것은 무슨 속셈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소속 출마 금지는 우리 나라에만 있는 제도 라지요.
▲김=전국구의 배분 요건을 지역구「3석 이상」에서「5석 이상」으로 늘린 것은 형식상 군소 정당의 난립을 막는다는 것이지만 새로 창당하는 국민당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외국에 없는 이 제도는 문제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조=결국 부정·타락 선거를 없애기 위해서는 제도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군요.
▲김=그리고 또 사람의 문제이지요. 바둑두다가 졌다고 판단되면 내던지지요. 선거도 대부분의 경우 중간에 대세를 알 수 있습니다. 후보자가 승리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면 부정이 한결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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