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유 불평등 심해 과세표준 꾸준히 올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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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나라의 소득분배는 지표상으로 보면 외국에 비해서 그렇게 불평등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큰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 근본에는 토지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전 경북대 교수.사진)이 지난해 12월 한국 토지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한국의 토지문제:진단과 처방'이란 논문을 발표했던 것으로 밝혀져 경제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경제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李실장의 이같은 생각이 정책 입안으로 구체화할 경우 토지 관련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李실장은 캐나다의 6배, 프랑스의 8배에 이르는 한국의 비싼 땅값이 ▶고가의 공장부지로 인한 국제경쟁력 약화▶주택문제 악화▶교통체증 악화▶빈부격차 심화 등의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한 처방으로 점진적인 토지세 과표 현실화를 주장했다. "예를 들어 과표현실화율을 매년 5%포인트씩 인상해서 11년 뒤에는 80%까지 올리는 식의 점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매년 3%씩 18년간 인상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어떤 식이든 "미리 정책예고를 한 뒤 장기적으로 꾸준히 올리되 매년 조금씩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李실장은 토지세 과표 현실화가 역대 정권에서 매번 좌초한 이유를 정치적 상황으로 설명하고 있다. "(과표 현실화 문제는) 토지를 가진 우리나라의 기득권층-이들의 손에 권력.부.언론.정보.정책결정권 등이 집중돼 있다-과 일반 국민과의 일대 싸움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로마시대 그라쿠스 형제 개혁에서 조광조(趙光祖)의 개혁에 이르기까지 번번이 땅과 권력을 움켜쥔 쪽의 승리로 끝나곤 했다. (중략) 땅을 가진 사람들은 비록 소수지만, 정치적 세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과거 땅값이 폭등한 지역에 미리 넓은 땅을 사둘 수 있었던 사람은 돈과 정보, 권력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로서 이들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서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하는데 여전히 급급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들의 눈치를 봐 감히 개혁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하나의 처방으로, 토지 국유제와 분명히 구별되는 '토지 공유제'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토지 공유제란 "토지를 사회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다. 李실장은 구체적 방안으로 국.공유지 비율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나라 중에서 국.공유지 비중이 한국 만큼 낮은 나라는 많지 않고, 그동안 계속된 헐값 토지 불하정책의 결과로 공원 하나, 도로 하나 건설하기에도 역부족일 정도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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