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자율화에 첫발|시은 민영화 계획의 저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제계가 끈질기게 요구해 오던 은행 민영화 문제가 정부측의 결단에 의해 우선 5개 시중은행 중 1개 은행을「테스트·케이스」로 민영화하는 것부터 실현을 보게 됐다.
5·16혁명 직후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 조치 법이 제정되어 민간 주주의 주권 행사를 총 소유 주식의 10분의1로 제한한 다음 부정 축재 환수절차에 따라 정부가 대주주로 군림한 이후「관 치 금융」의 폐단은 널리 지적되어 왔고 따라서 은행 민영화는 금융자율성 문제와 함께 민간 자본동원 및 배분 면의 핵심적 과제로 대두해 왔던 것이다.
즉 지금까지 김 부총리나 남 재무는 은행 민영화의 시기 상조 론을 펴 왔는데 재계 일부에서는 은밀히 은행주 매입을 계속해 왔고 따라서 정부측은 이제 더 인기 있게 민간에 불하할 주식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두 당국자가 거의 때를 같이하여 지금까지의 태도를 번복한 점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시중 은행이 정부 지배하로 들어간 이후 재계가 금융에 진출하려는 노력은 오래 전부터 끈질기게 계속돼 왔다.
우선 은행진출의 길이 막히자 차선책으로 보험 업계로의 진출이 현저했으며 금융기관 임시 조치 법에 의한 의결권 제한, 연율 10%의 저 배당에도 불구하고 장차 민영화될 것에 대비한 재계 일부의 은행 주 소유 경향 또한 더욱 구드러지게 나타났다.
그 결과 현재 각 은행의 민간 대주주로 등장하고 있는 사람은 조 흥 은행의 최성모씨 계(주식 지분 20·6%), 상업은행의 김용주씨 계(8·4%), 제일은행의 강석진씨 계(15·1%), 한일은행의 김종희씨 계(10·3%), 서울은행의 장상태씨 계(32%)등이다.
특히 장상태씨의 경우는 제일은행에도 상당한 주식을 갖고 있고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에서는 강석진씨와 함께 대주주이며 서울은행은 그 동안 증권시장을 통한 매입과 지난번 증자 시에 증액에 부응하는 민간 주주 불입 분을 인수, 불입하여 정부 다음인 압도적 대주주로 등장하고 있다.
이밖에 지방은행에 대해서도 강원 은행에 박용학씨와 정주영씨, 광주은행에 박인천씨 등이 대주주로 진출해 있어 재계의 은행참여에 대한 관심도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그런데 현 단계로서는 자본 참여를 늘리기 위한 불하대상 은행의 최종 선정이나 불하 방법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은행의 명실상부한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금융기관 임시조치 법의 폐기 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각 은행에 대한 정부의 주식소유 비율이 제일은행의 51%를 제외하고는 모두 50% 이하가 되어 자본구성 면에서는 사실상 민 유화가 됐으나 의결권 제한에 따른 인사권 등 때문에 민영화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