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장병의 노고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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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모가 다가 왔다. 앞으로 나흘 후면 성탄절, 열흘 후면 새해가 된다. 연말 연시의 계절, 누구나 마음이 설레는 때라고 하겠다. 이런 가운데서도, 귀여운 자제를 군에 보낸 부모 형제 자재들의 심정과 따뜻한 가정과 고향을 떠나 멀리 혹한 한파의 전방에서 복무하는 장병들의 마음속에는 평상시와는 다른 사람의 메아리가 더욱 세차게 오가고 있을 것이다.
성탄절이나 정월 명절날 밤 새벽 두, 세시쯤, 불침·잠복근무나 보초를 서면서 부쩍 고향의 부모와 후방을 생각하며 그 평안함을 기구했다는 장병들의 각오는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러므로 저물어 가는 세모와 더불어 그들의 사랑하는 부모 처자 등 육친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이들 전방 장병에게 마음을 돌려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정성어린 성원을 보낸다는 것은 국민 된 자로서의 당연한 도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순간에도 혹한의 휴전선, 폭음의 월남에서 육·해·공·해병대의 뭇 장병들은 불철주야 근무하고 있다. 후방 전국 초소에서 근무하는 예비군, 그리고 치안의 일선을 지키는 경찰관들도 그것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으며, 각기 그 소임을 다함에 애쓰고 있다.
그들은 계절이나 명절에 구에 됨이 없이 우리 나라의 방위를 위해 그 자신을 희생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대적 경계와 방위에 온갖 신경을 써 가면서 일해야 할뿐만 아니라 기상과 천연 조건, 지형의 온갖 장에를 극복하면서 맡은 바 자기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방 장병들과 후방 국민들 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들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낸다는 것은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기를 앙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용기 백 배, 민주 군대로서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는 국민의 군대로서 그들의 임무를 다 할 것이다.
연말 년 시의 계절과 함께 장병들에게 위문·품 보내기 운동이 한창이다. 이미 지난 17일, 한국 신문 협회 일행은 서부 전선 최전방 부대를 찾아 위문품을 전달하고 추위와 싸우며 전선을 지기는 장병을 격려한 바 있다. 국민 누구나 힘닿는 대로 따뜻한 위문편지·위문품을 보냄에 인색할 수 없으며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마련하여 전방과 후방의 정신적 유대를 강화함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를 위해 뜻 있는 국민들의 협조가 크게 요망된다고 하겠다.
이와 더불어 전방 장병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일원으로 후방 지도층 인사들의 생활의 자숙 또한 크게 요망된다. 세모라고 하여 후방에서 분수없이 흥청거릴 때 무질서와 혼동의 추태를 연출할 때 그것이 장병들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것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어수선한 것이 새말 풍경이라고 하겠는데 남보다 조금이라도 낫게 사는 사람일수록 이 시기에 크게 자생 자숙하며, 일선 장병들이 바라는 생활상에 부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후방 지도층 인사들의 깨끗하고 참신한 생활, 보다 구체적으로는 부정 부패의 혼탁한 공기의 쇄신과 올바른 기풍의 확립 또한 장병들에 대한 물심 양면의 성원 못지 않게 그들의 복무 의욕을 드높이게 한다는 것을 절대로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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