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최고 만들려 내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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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4일 기자회견을 연 요엘 레비.

젊은 음악가 직원 100여 명을 거느린 중소기업의 최고 경영자. 요엘 레비(63) KBS교향악단 신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첫 인상이다. 지난달 29일, 재단법인 출범 뒤 선정에만 1년여를 끌어온 새 지휘자 이름이 발표됐을 때 ‘무난한’ 선택이란 음악계 평이 나올법했다. 전임 지휘자와의 갈등, 교향악단 재단법인화에 대한 의견 대립 등으로 단원들이 입은 상처를 보듬어야하는 레비는 온화한 풍모의 신사였다. 24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협력, 신뢰, 좋은 관계’였다.

 - KBS교향악단을 냉정하게 평가해 달라.

 “16년 전인 1997년부터 3년 연속 KBS교향악단과 세 차례 정기연주회를 한 경험이 있다. 지휘자 제안을 받고 지난 5월 특별연주회를 하면서 새삼 이 오케스트라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단원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쌓으면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키울 수 있다. 난 음악에 기대치가 높다. 타협은 없다. 나는 최선의 지도를 할 것이고, 단원들은 최대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몇 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단원들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과거는 어쩔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최고 수준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내가 왔다. 이른 시간 안에 교향악단의 소리, 단원들의 기량이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 나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찾아오는 단원들을 적극 돕겠다.”

 - 단원 오디션(실기 시험) 계획은.

 “기존 단원을 오디션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연습과 리허설을 해보면 연주자들 기량은 다 알 수 있다. 다만 새 단원을 충원할 때는 최고 실력자를 뽑겠다. 내가 원하는 정도가 아니면 찾을 때까지 기다리겠다.”

 -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정기연주회를 지휘한다. 말러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베토벤과 차이콥스키로 프로그램을 짠 까닭이라면.

 “단원들 의견이다. 물론 내년부터는 말러를 집어넣겠지만. 훌륭한 교향악단이라면 모든 작곡가를 소화하는 유연성을 갖춰야한다.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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