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EO를 가르치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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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 글로벌시대 기업 의사결정 외국인·교포도 참여해야
★ 외부인재 충원은 활발하게
★ 중소기업 살아 남으려면 대기업 없는 틈새시장 뚫어라
★ 부서장에게 자율권 줘야

사람들은 그들을 경영 전도사라 부른다. 때론 타이르고 때론 따끔한 충고로 경영인들을 놀라게 한다.

학문에 정진하다 이 길을 걷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경영 경험을 공유해 좋은 기업이 많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금쪽 같은 시간을 쪼개는 이도 있다. 기업 경영자들을 상대로 현대경영의 변화포인트를 가르치는 경영강사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구본형

◇학력 및 경력:서강대 대학원(역사학.경영학)졸/한국 IBM 경영혁신실무 총괄/IBM 본사 볼드리지 평가관
◇전문분야:변화경영

심갑보

◇학력 및 경력:영남대 대학원(명예 정치학박사), 영남대 교수/삼익공업 상무, 현 삼익 LMS 대표이사 부회장
◇전문분야:노사관계.중소기업경쟁력.고객만족경영

김정남

◇학력 및 경력:성균관대.독일 쾰른대(경영학박사)/한국경영학회 부회장, 현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장 겸 경영연구소장
◇전문분야:경영조직관리. 경영정책.마케팅 정책

송계전

◇학력 및 경력:연세대 상대. 대학원(경영학석사)/ LG경제연구원 경영컨설팅센터 조직.인사그룹장, 현 Hewitt Associates Korea 부사장
◇전문분야:임원 인사관리

전용욱 중앙대 경영대교수는 국내기업의 글로벌 경영비법을 전수하는 최첨병이다. 삼성과 LG.SK텔레콤 임원들이 그의 단골고객이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 이들 회사 임원에게 "제발 순혈주의(single blood)적 의사결정에서 혼혈주의(mixed blood)적 다원성을 인정하는 의사결정을 하라"고 하소연한다.

글로벌 경영을 한답시고 해외 지사 만들고 현지 인력 채용하면서 주요 의사결정은 본사 중심, 한국인 중심으로 하는 경우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전교수의 주장이다. 한국 경제는 태생적으로 수출 중심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우리 중심 경영을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최고 기업이라는 삼성과 LG. SK의 의사결정 라인에 외국인, 아니 최소한 교포 한국인이 몇 명이나 있는지 보라고 반문했다.

그는 "현대는 연구개발이든, 생산이든, 판매든 혼자로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전략적 제휴의 시대"라고 전제하고 "따라서 기업들은 자원의 의미도 국내가 아닌 글로벌 자원으로 확대해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형(전 한국IBM 경영혁신 실무총괄)씨는 회사에서 변화경영을 주창하다 3년 전부터 전문 경영강사로 나섰다.

그는 국내 기업인들에게 벤치마킹보다는 패스브레이킹(path-breaking)하라고 주문한다. 과거 40여년 동안 외국 기업을 모델로 배울만큼 배웠으니 이젠 스스로 새로운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최고의 인재를 키우거나 스카우트를 해야 하는데 그 전제조건으로 인재를 소화할 수 있는 사내문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 중 사외 인재가 들어와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문화가 조성된 회사가 많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자동화부품 제조업체인 삼익 LMS의 심갑보 부회장은 30여년간의 현장 경험에서 얻어진 경영 노하우를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갠다. 그는 중소기업인들에게 대기업 흉내 내면 곧 망한다고 충고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특약점과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유통시킨다고 중소기업이 따라하다간 성공해도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거대한 자본으로 곧 유통망을 인수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중소기업은 철저하게 대기업 손이 뻗치지 않는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의한다.

또 자체 유통망 확보보다는 대기업과 직접 거래, 대기업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두 번은 중소기업의 강의 요청을 뿌리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경영여건이 비슷해 자신의 경험담이 중소기업인들에게 꼭 필요할 것 같아서다.

김정남 성균관대 경영대학장은 대학 내에 미래 경영자과정을 만들어 SK텔레콤과 동양고속건설.가스공사 등 10여개 기업 임직원들을 상대로 '두변의 합은 한변보다 길다'는 삼각형의 논리를 강의하고 있다.

즉 한변의 길이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데 굳이 두변을 거쳐 돌아가는 비효율성을 고집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김학장은 중요한 최고경영자(CEO)진퇴에 대한 객관적기준이 없는 현실이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제 강의를 듣고 경영혁신에 노력했던 CEO 한 분이 어느날 재선임에 탈락된 후 찾아와 '탈락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는 아직도 CEO가 능력에 따라 진퇴가 결정되는 게 아니고 배경에 따라 결정되는 게 우리 기업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미국의 인사조직전문 컨설팅 업체인 휴잇(Hewitt)의 송계전 부사장은 이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에 경영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경영인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그 사람경영의 핵심은 사내 모든 부서장들의 리더십이라고 단언한다.

인사제도.연봉제 등 아무리 훌륭한 제도가 있어도 부서장들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게 그의 강의 핵심이다.

그는 훌륭한 리더란 통찰력을 갖고 부원들을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실력이 있어야 하며, 부원들이 회사일을 삶 자체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상사라고 정의했다.

그는 "몇 년 전 세계 4~5위에 불과했던 LG필립스 LCD가 인재제일 경영덕에 세계1위로 부상한 게 사람을 중시해야 경영에 성공한다는 구체적인 실례"라고 부언했다.

최형규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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