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저력의 개화|김진승<중앙문예동인회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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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8월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가들의 동인지「중앙문예」창간호를 내놓으면서 나는 <문단사상 초유의 전서>라는 권두사 한마디를 서슴치 않았다. 총판 1백11면의 조그만 책자를 두고 지나친 자찬 같기도 하지만, 우리 「중앙문예」동인들은 이번 결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문예에 동인지는 최근 수년동안 헤아릴 수없이 많이 나왔다. 현재 나오고 있는 시로서『현대시』『시와 시론』『신춘시』『한국시』『육시』『잉여시』『원탁문학』『70년대』그리고 여류들의 『여류시』등이, 종합성격으로는 『신문학』『글밭』『상황』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문단사상 50년을 가름하는 신단문예 계열의 동인지로는 각 신문 출신 시인들의 동인지 『신춘시』가 있을 뿐 같은 신문출신의 동인지는 여태 하나도 없었다. 그 숱한 동인지 들이 우후죽순 모양 나타났다 사라지는 비정의 풍토에서 강력한「매스·미디어」를 「백본」으로 하는 동계신춘문예작가군의 동인지가 어째서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것일까. 그 허를 메운 것으로 만든 우리 동인지 「중앙문예」의 의의는 크지 않을까 한다.
더구나 신문문예의 연륜으로서는 가장 일천하면서도 「이니셔티브」를 취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을 받을 것이다. 작년 초여름 동인회를 발기하고 정관을 만들고, 너덧번 격론을 벌인 뒤 우선 동인지를 먼저 내놓기로 하되 고료까지 보강된 책자를 다듬어 내기까지는 동인들은 물론 중앙「매스컴」의 노력의 결실이었다. 물론 여타 신춘문예「그룹」들도 그 여건으로 보아서 충분히 우리에 앞서 다듬어 낼 수 있는 동인지를 우리에게 양보하겠다는 것은 우리가 먼저 이 땅의 문학풍토에 긍정적인 의욕을 더 열렬히 불러 일으켜보고 싶었던 그 극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더구나 우리는 동인지의 수준을 더 굳혀 앞으로 대담한 표현을 하려고 한다. 즉 계간문예지들에서 볼 수 있듯이 1개인 혹은 문제작의 특집도 서슴치 않기로 하고있다.
66년부터 출범한「중앙문예」출신작가들의 본격적인 문학작업은 짧으면서도 오세발(동화) 이보영(문학평론) 오탁번(시·소설) 김치수(문학평론) 김승규(시조) 이정강(시조) 석지현(시) 이시영(시) 김창활(희곡) 박양원(희곡) 김기정(음악평론) 김무광(음악평론) 안일웅(음악평론) 박용숙(작가·미술평론) 제씨 등 기타저력을 충분히 드러낸 실력파들의 문제작을 「풀·페이스」로 선보이고 싶은 것이다.
순수한 저력의 개화는 이 가난한 문학풍토의 테두리에서 협동과 사심억제의 미덕, 그리고 성실성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중앙일보에서는 71년도 신춘문예응모 사고에서 우리동인의 성격을 사회적 차원에까지 보편화 시켜 주고있다. 월간, 주간, 여성지, 소년지는 물론 「텔리비젼」「라디오」까지 포함 전 「매스컴」체제가 우리의 활동무대를 극대화시켜 주고 있다.
한 권의 첫 번째 동인지 출현은 분명히 어려운 작업인줄 알고 있다. 더구나 두번 세번 끌고 가다가 숨을 거두는 종전의 「동인지적 숙명」을 탈피하려면 엄청난 시련이 겹칠 것이다. 두고두고 실패라는 용어를 짓밟고 의욕을 굳혀갈 각오를 가지려 한다. <문단사상 초유의 경사>를 <문단사상 최장의 경사>로 꾸려가려는 벅찬 포부는 오로지 속속 불어 가는 회원들의 알찬 작업과정과 구심적「앙가지망」에 있을 것이다. 모체 중앙「매스컴」에서는 이것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며 그러기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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