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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식품을 고발한다|김숙희 박사의 실험 보고서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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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스턴트 식품을 진단한다』는 제목으로 24일 하오 2시부터 서울 YWCA에서 강연한 이화여대 영양 교수 김숙희 박사는 『지금은 발전 도상에 있으므로 기업의 잘못을 덮어주며 키워 나가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식품 공업에 있어서의 잘못이란 다른 부문에서와 달라 살인 이상의 성격을 띠는 것이며 그러기에 기업인의 양심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분야』라고 그는 강조했다.
국민 전체의 식생활을 변화시켰을 만큼 널리 대량으로 보급되고 있는 라면을 비롯 대 「메이커」의 간장 「마가린」「주스」 그리고 시장에서 메이커 표시 없이 팔고 있는 면실유 등을 흰쥐에 먹여 성장 곡선을 살펴보는 일련의 실험을 해온 김 박사는 『가능하면 천연식품을 먹고 의심이 가는 식품은 절대 사지 말라는 당부를 주부들에게 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
「인스턴트」 식품을 부엌에서 써야만 식생활 개선이 이루어진다는 주부들의 생각은 큰 잘못이며 대부분의 경우 「인스턴트」 식품들은 가공 과정에서 천연식품이 가지고 있던 영양가를 손실하고 거기다 무책임한 첨가제 (방부제·색소 등)들로 유해한 성격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무책임한 기업인·보건 당국을 비난하는 동시에 주부들을 비난했는데 『그 말썽 많던 단무지를, 누가 봐도 색소가 지나친 샛노란 단무지를 끊임없이 시장바구니에 사 넣는 무신경이 바로 부정 식품이 발 딛는 온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것은 단결해서 불매 운동을 펴기 이전 주부들 하나 하나가 지니고 있어야할 자각이며 주부들의 이런 자각 없이는 오늘날과 같은 현실에서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스턴트」 식품의 현재가 불만스럽다고 해도 우리 식생활의 「인스턴트」화는 필연적인 것이다. 김 박사는 빨리 「인스턴트」화 해야 할 것으로 파·마늘·생강 등의 양념, 각종 젓갈, 달걀 등을 들었다. 이 필요성은 일반 요식 업소나 단체의 구내 식당 등 대량 취사에서 더욱 절실해진다. 양념을 끊임없이 다져야하는 우리 식생활에서 도마·칼·손에서의 오염이란 심각하며, 대량으로 계란을 처리 할 때는 계란 껍질에 묻어 있는 결핵균·면지 등의 오염이 뒤따른다. 이 양념의 「인스턴트」화는 시장이 좁다는 이유로 손을 대는 기업이 없으나 『한편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대기업이라면 한편에서는 국민 위생을 돕는 유익한 「스케줄」도 세워야 할 것』이라는게 김 박사가 생각하는 「기업 윤리」이다.
김 박사는 자신이 직접 실험실에서 다루었던 몇몇 식품의 실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알려주었다.
◇면실유와 「마가린」=신촌 시장에서 메이커 표시 없이 드럼에 담아 팔고 있는 면실유와 대「메이커」의 마가린, 그리고 미국제의 버터를 각각 6마리의 흰쥐에 먹이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면실유에서는 무서운 결과가 나타났다. 면실유는 흰쥐에 지방을 공급하기는커녕 흰쥐 체내의 비용성 비타민을 용해시켜 지방과 비타민 결핍증을 일으켜 6마리가 모두 사망했다. 이것은 면실유의 대부분이 악성의 광물성 기름이라는 증거. 마가린은 품질 표시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미약한 성장을 나타냈으며 3마리는 영양 실조로 도중에 죽었다. 미제 버터를 먹인 6마리만 끝까지 무럭무럭 자랐으며 『도깨비 시장에서 미제만 사다 먹으라고 권하겠느냐』고 김 박사는 안타까와했다.
◇간장=이 경우에는 대「메이커」 제품만을 같은 염도 (18%·25%)의 소금물과 함께 흰쥐에 먹였다. 간장에서 가장 불쾌감을 주는 검은 색소는 흰쥐 실험에서 아무런 유해한 지장 없이 소금물을 먹었을 때와 차이를 발견 할 수 없었다.
◇「주스」 종류=대「매이커」의 분말 「주스」와 깡통 「주스」를 분석한 결과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다는 선전과 품질 표시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비타민 」의 흔적을 발견 할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차라리 품질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다.
◇라면=쌀·라면·밀가루를 그대로 누른 국수를 흰쥐에 먹인 결과 쌀과 밀가루에서는 좋은 성장 곡선을 보였으나 라면에서는 흰쥐들이 일부 죽었다. 2대 「메이커」 중 한 회사의 실험에서 실시한 자체 실험에서도 흰쥐가 죽었다는 것을 시인했으나 일단 삶았던 라면에서는 괜찮았다고 그들은 말했다 한다. 그러나 「라면」은 일단 기름에 튀겨진 익은 식품이며 끓인다고 해서 성분이 변화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 김 박사의 의견.
김 박사는 더구나 끓인 국물까지를 먹고 있으므로 전혀 안심 할 수 없으며 흰쥐를 치사케한 성분은 라면을 튀기는 기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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