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분석] 국회로 전장 옮긴 김한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민주당이 23일 국회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장외투쟁 54일 만이다. 장외투쟁을 끝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울광장의 천막당사에서 원내로 ‘경기장’만 바꾸겠다는 뜻이다. 어떻든 올스톱됐던 2012년도 결산심사,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 일정이 조만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민주당은 그간 ‘원내외 병행투쟁’을 내걸긴 했으나 지난 54일간 사실상 장외투쟁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매서운 원내투쟁으로 민주주의 회복과 민생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며 “전병헌 원내대표는 여당과 국정감사 등의 국회 일정 협상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24시간 국회 비상 운영 ▶원내대표의 침낭 투쟁 ▶국회 상시 대기를 지시했다.

 김 대표는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의원들은 국회를 떠나지 않고 국회에서 쪽잠을 자면서 무섭게 공부하고 무섭게 준비해 국정감사와 원내 투쟁에 전념해달라”며 “전 원내대표를 본부장으로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설치하고, 원내대표부터 침낭을 갖다놓고 국회를 지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단식·삭발·농성 대신에 죽기 살기로 일하겠다는 결기로 국감 등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서울광장의 천막을 접진 않을 뜻임을 밝혔다. 장외투쟁은 장외투쟁대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제가 중심이 돼 서울광장의 천막을 거점 삼아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에 공감하는 시민사회, 여론 주도층 인사들과 ‘국민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2005년 12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박 대통령은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김한길 대표였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가 사학법 재개정을 약속하자 2006년 1월, 53일 만에 장외투쟁을 푼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김 대표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정치적 약속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양발을 모두 국회에 딛지 않고, 한쪽은 장외에 두는 형태로 대여투쟁의 ‘시즌2’를 모색하고 나선 형국이다. 불리한 여론구도(민주당 지지 26.6%·새누리당 지지 50.0%, 리얼미터 9월 셋째 주 조사)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국회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에 따른 국정원 개혁안, 연소득 4500만원 이상 소득자의 부담을 늘린 세법 개정안,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논란에 이어 기초노령연금 같은 복지 문제 등이 국정감사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의견을 접근한 현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전방위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20일간 진행될 국감은 기관보고 준비 등의 시간을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달 중순을 전후해 열릴 전망이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국정원 선거부정, 검찰총장 찍어 내리기, 복지 후퇴, 유리지갑 털기, 4대 강 비리 등이 중요 의제”라며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 “선진화법 악용 말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여당이 원하는 대로 통과될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하고 있다”며 “선진화법을 그런 식으로 악용하면 그 (선진화법의)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도입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과 국가비상사태’ 등으로 한정해 사실상 법안의 직권상정을 못 하게 했고, 상임위에서 합의하지 않은 법안을 본회의에 올려 ‘신속처리’하게 하려면 재적의석(현재 298석)의 5분의 3 이상(최소 179명)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결국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무조건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해야 한다. 법안의 새누리당 단독 처리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채병건 기자

관련기사
▶ 작가 시절 DJ 권유로 입당한 김한길, 요즘 사석에서…
▶ 부동산대책 등 국회 정상화 돼도 곳곳 지뢰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