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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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춘천을 중심으로 한 영서와 강릉·속초 등지의 영동지방으로 크게 구분되는 강원도는 지리적 조건과 기후 차로 두 지역이 각각 독특한 김치 맛을 가지고 있다.
지역적으로 경기도에 가까운 춘천지방의 김치는 북쪽의 심심한 맛과 남쪽의 짭짤한 맛의 중간 정도로 싱싱한 배추의 순수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함경도와 경상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강릉지방은 달콤하면서도 싸늘하도록 매운 맛을 간직하고 있다.
11월 중순이면 김장철이 되는 이 지방은 멸치젓을 가장 많이 사용하며 해안지방에서는 싱싱한 생선인 동태와 귤 조기젓 꽁치젓 새우젓 등 다양한 젓갈류로 한층 맛을 돋운다.
또 보통 버리기 쉬운 동태머리를 김치 사이사이에 넣어 시원한 국물을 즐기면서 영양가와 별미를 함께 취하는 것도 이 지방의 특색중의 하나. 그리고 동태의 내장만으로 창란젓을 담가 겨울 밑반찬으로 곁들여 알뜰한 식탁을 꾸민다.
춘천에서 나서 줄곧 이 곳에서 살아왔다는 이순남 여사 (춘천 인성병원 원장 김??수씨 부인) 와, 강릉이 고향이지만 그 곳을 떠난 지 거의 15년이 되었다는 김순남 여사 (강원도청 서무과장 정연양씨 부인) 에게 다양한 강원도 김치를 들어본다.

<꼬돌박이 김치>
꼬들박이는 밭둑에서 자라는 쓴 나물로서 춘천 등 영서지방에서 많이 먹는데 독특한 향기가 별미롭다.
꼬들박이는 맹물이나 약한 소금물에 10일 쯤 담가 쓴맛을 뺀다. 매일 물을 갈아주는 것이 좋으며 쓴맛이 빠지면 건져서 떡잎을 떼어내고 뿌리를 잘 다듬는다. 흔히 다듬어서 물에 담그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면 물러서 싱싱한 맛이 없어진다고. 쓴맛이 거의 우러나면, 조기젓, 멸치젓 등을 마음대로 넣고 고춧가루·마늘·생강 등 양념을 보통김치보다 듬뿍 넣고 무청으로 위를 단단히 덮어 웃소금을 뿌려 놓는다. 국물은 젓국을 끓여서 붓는다.
이때 쓴맛이 모두 우러나면 쌉쌀한 맛이 없어 독특한 향기를 잃게 되는데 기호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좋다. 보통 꼬들박이 김치는 김장철 전에도 담가 먹는데 10월 께에 가장 싱싱한 맛을 볼 수 있으며 조금씩 담가 먹을 땐 땅에 묻지 않아도 된다.

<깍두기>
연한 재래종 무우를 사용하는데 보통 배추김치보다 마늘·고추 등 양념을 많이 넣는다. 해안지방에서는 젓갈류가 많아도 싱싱하고 순수한 무우 맛을 위해 담백한 젓갈과 굴을 넣어 담근다.
그리고 보통은 설 후까지 먹지만 어떤 가정에서는 땅속에 굴을 파고 묻었던 무우를 꺼내 음력 정월이 지나면 다시 담가 먹는다. 이렇게 하면 한겨울 한결 싱싱한 맛을 볼 수 있다.

<명태 서거리 김치>
배추김치를 담고 남은 명태 서거리 (아가미에 붙은것)를 버리지 않고 모아서 깨끗이 씻고 물기를 뺀다.
무우를 굵직하게 나박김치 같이 썰고 마늘·파·생강·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을 넣어 함께 버무려 만든다. 보통 조금씩 담가 먹지만 많이 담글 때는 독에 넣어 땅속에 묻기도 한다.
이 김치는 서거리를 뼈 째 들고 뼈를 입으로 바르면서 먹는데 시원한 맛과 얼큰한 맛이 일품. 특히 겨울철 저녁 손님에게 술안주로 내놓으면 그만이다.

<식혜>
강릉지방 등 비교적 북쪽지방에서 담는 김치로 함경도 도루묵식혜와 만드는 법은 비슷하지만 이 지방에서는 주로 동태 살과 쌀밥만을 사용한다.
고들고들한 맛을 내기 위해 배추 잎으로 항아리를 꼭 덮어 대나무가지를 엮어 눌러 부뚜막에 엎어놓아 물기를 빼는 것도 특색중의 하나.
그리고 이 지방에서는 김장철에 남은 여러 가지 양념과 무우를 채 썰어 싱싱한 오징어젓과 함께 버무려 밑반찬으로 쓰고 메밀묵에 시원한 김치를 송송 썰어 섞어서 겨울철의 별미로 즐긴다. 【춘천=권 허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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