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잔해더미서 유골·유해 14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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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안심차량기지 야적장에서 이번 참사의 희생자 것으로 보이는 신체 일부가 발견되는 등 유해 수습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을 졸속으로 정리한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 등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 수습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유류품 수습 현장=국립과학수사연구소 신원확인팀과 대구경찰청 범죄감식반은 25일 대구시 동구 지하철 안심차량기지 야적장에 보관된 현장 잔해에 대한 감식작업을 벌여 모두 14점의 유해.유골 및 다수의 유류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날 감식이 이뤄진 잔해는 대구지하철공사 측이 사고 직후인 지난 19~20일 중앙로역 지하 3층 승강장과 선로 등에서 수거한 20t 분량(마대자루 3백여개) 가운데 일부다.

지하철공사 사고복구반은 지난 19일 오전 1차 감식이 끝나자 공사 시설부 직원과 군병력 등 3백여명을 동원해 현장 정리작업을 벌였다.

굴착기.모터카까지 동원된 정리작업에서 공사 측은 현장에 널려 있는 콘크리트 조각.철골.재 등은 물론이고 희생자들의 유류품까지 마구 수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잔해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시신을 찾아나선 지 1주일 이상 지나고서야 발견됐다.

◇무엇이 나왔나=감식팀은 25일 전체 3백여개의 마대자루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날 현재 참사 사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체 일부 및 뼈와 라면 상자 30여개 분량의 희생자 유류품들을 찾아냈다.

발견된 신체 부위는 성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오른손 한개와 오른발.왼발 부위 한 곳씩, 머리카락 뭉치 등이다. 또 휴대전화 2개, 루주.안경테.신발 밑창.옷가지.운전면허증.서류뭉치.수건.도시락 등이 함께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잔해에서 나온 신체 일부와 유류품 등에 대해 철저한 정밀확인작업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누구 책임인가=대구시와 지하철공사, 경찰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대구시와 지하철공사 측은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쯤 경찰에서 감식이 끝났다는 통보를 해와 안전진단을 마친 뒤 잔해물을 수거하고 물청소를 했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화재로 내려앉아 위험하게 된 천장판과 무너진 승강장 구조물 등 단순 잔해만 수거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대구시가 빨리 복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받아들였을 뿐"이라며 "현장 수색이 어느 정도 끝나 감식팀과 협의한 뒤 정리작업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25일 "경위가 어떻게 됐든 전동차 이송과 현장정리 등이 너무 성급했다"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발하는 유족들=실종자 가족들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실종자 가족 5백여명은 이날 오후 8시30분쯤 조해녕 대구시장과 면담을 하고 "현 시점에서 曺시장이 사고를 책임지고 수습할 책임감과 능력이 없어 보이니 즉각 사퇴하고, 중앙정부가 사고 수습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책본부가 사고현장 정리를 마쳤다던 지하 3층 승강장에서도 10여점의 뼛조각이 나온 적이 있다"며 "당국이 유가족의 아픔을 이해한다면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번 사고에서 딸 지현(21.영남대 수학과)씨를 잃은 아버지 정모(53.경북 영천시)씨는 "현장을 치우다가도 유품이 발견되면 중단하고 정밀감식을 해야 하는데 신체 부위 등을 음식쓰레기 치우듯 한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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