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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보다 감정적…소박성 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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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 문인협회는 28일 하오 교육회관에서 「한국문학의 풍토적 성격」을 주제로 한 문학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시인 김현승씨는「한국문학과 한국의 자연」, 평론가 곽종원씨는「한국문학과 한국풍토」, 작가 전광용씨는「한국문학의 배경」, 평론가 천이두씨는「한국·문학의 풍토적 특질」 에 대한 주제를 발표했다. 다음은 주제 발표자들의 강연 요지다.

<한국문학의 풍토적 특질|농촌을 「유토피어」로 미화시키고 여인상의 주조의 변함없이 『청상』>
한국문학에서 풍토성 혹은 토착성·토속성은 그 어휘와 같이 전근대적·반 도시적이란 성격을 띤 것이다.
백년이 한결같은 늙은 산천과 조상의 손때 묻은 논두렁길, 오랜 내력과 전설이 서린 당산나무며 서낭당이 배경이 된다.
이런 곤장을 배정으로 하여 등장인물 조차 한결같이 현대적 도시 문명과는 지리가 먼 사람들이다. 이들은 또 부식하고 따뜻한 인정을 지니며, 논리적 회화·합리적 사고·신경질적인 자의식 따위는 갖지 않고 있다.
이런 풍토 성을 의식적으로 강조한 것은 1930년대 농촌 소설이다. 이광수의『흙』, 심훈의 『상록수』에서 그 전형을 얻을 수 있다. 이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①『흙』에서와 같이 비참한 농민들에 대한 지식인들의 등정과 농촌에 대한 도회인의 망향정서가 있다. 이때 농촌은 미화된「유토피아」였다.
②풍토성 자체를 작가가 체질적으로 간직한 경우다. 김유정·오유권이 그 예이며 하근찬 박경수도 가깝다.
③풍토성 그 자체를 심미 활동의 장으로 하는 경우다. 오영수 황순원 김동리가 고 예.
황순원은 한국적 여인상을 빚어냈고, 책상의 여인으로 표출되었다. 음상의 여인상은『정읍사』이래의 주조적 가락이며, 이런 여인이 살 곳은 오늘의 현실이 아닌 밀폐된 공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김동리의『무녀도』나『황토기』또는『늪』이나『까치소리』는 그의 관념적 요청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고있다.
우리문학이 세계 문학으로 비약하는 길은 우리 터전에서 유리된 새로운 문학과 폐쇄된 소외지대에 갇힌 풍토 성을 띤 문학의「캡」을 완전히 해소하는데 있다.
천이두<문화 평론가>

<한국문학의 배경|오랜 주축은 토착적인「샤머니즘」외래사상·철학 크게 작용>
배경에는 자연적 조건과 보다 콘 비중을 갖는 역사적 조건이 있다.
자연도 문학의 배경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과의 상관 관계로서의 자연이 문제가 된다.
작품 명에「낙동강」「압록강」「백록담」「드리나」강의 다리 등이 있지만, 이는 인간의 상황 내지 특수성이지 경치 설명은 아니다.,
한국문학의 주축을 이루어온 사상적 기조나 특수성은 토착적「샤머니즘」이다. 우리에게 종교·철학·사상이 있어서「샤머니즘」을 극복할 수 있은 때는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의 자연은 이 단계에서 그치고 있는 셈이다. 그 뒤 신라의 불교, 이조의 유교, 갑오경장 이후의 기독교가 사상적 주축의 위치를 차지해온 것이다.
그 결과 우리 문학에는 외래의 사상과 철학이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한국의 자연에서 우리는 지금 이 싯점에는 음풍영월의 감상에 젖어있을 수 없게됐다. 두 사상의 각축장인 38선은 우리의 생존을 시시각각으로 위협하면서 압박해 오고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금강산, 설악산, 홍도, 울릉도에서보다는 철조망 쳐진 38선에서 더욱 농도 짙은 감동을 받게되며 이는 우리 문학에 그대로 직결되고 있다. 외래 사상은 지금 우리에게 자기 비하, 자기천시, 외래 인에 대한 과도한 숭앙 등 주체 없는 정신자세를 만들어 줬고 이는 그대로 작품 속에 침투하고있다.
한국문학 최초의「키스」를 시도한 이광수의 고민은 외래적인 것과 본래적인 것의 갈등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우리 하늘을 보다가 외국의 하늘을 곁눈질해야하는 상황이다. 38선은 한국의 생사문제인 동시에 가장 큰 한국문학의 소재가 될 것이다.
전광용<작가>

<한국문학과 한국풍토|몸에 배어버린 애수·비애의 감정 시대 상황에 민감…경박한 풍조도>
풍토란 자연적 조건을 못하는 말이지만 근래에 와서는「종합적인 사회현실」을 암시하는 말로 되었다. 따라서「문학과 그 풍토」는 문학과 한국의사회현실과의 함수 관계를 따지는 일이 되겠다.
사회 현실도 자연적 조건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남구의 문학이 밝고「위트」에 차있는 점이나「러시아」문학이 어둡고 끈덕진 중후 미가 있는 것도 자연적인 환경조건에 기인한다. 한국의 자연풍토의 특수성은 무엇일까? 첫째 4계절이 분명한 천혜적 기풍은 밝은 국민 정신, 나아가서는 이지보다 감정이 우세한 국민성을 형성했다. 이는 장단점을 공유한다. 천재나 예술가가 많은 것은 장점이지만 감정이 우세하여 회의에서 혼란을 일으킨다든지 공사의 분별이 불투명하고 정실인사·지연선거 등을 낳기 쉬운 것은 단점에 속한다.
이런 예는 소설 속에 등장되는 인물성격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심청전』『춘향전』의 주인공이나『순애보』의 여주인공이나『무정』의 주인공은 모두 정조에 치우쳐있는 성격이다.
둘째 소반도 국이란 정은 지정학적으로 문제가 많다. 중국유교의 영향은 형식주의 허식 등으로 발전했다. 실질적인 실리보다 알맹이 없는 형식에 치우쳤다. 오영수의『화산댁』의 아들이나 김성한의『무명노』의 이재신등은 그 대표적 인물이다.
또한 중국 일본「러시아」의 침략을 받아 온 한 국민들은 애수와 비애의 정감을 몸에 익히고 문학에까지 투사됐다. 현진건의『빈처』, 나도향의『벙어리 삼룡이』, 이효석의『메밀꽃 필 무렵』, 황순원의『별』, 계용묵의『백치아다다』, 김영독의『소복』, 김동리의『바위』, 박종화의『논개』등 수많은 작품이 애수와 비애에 싸여 있다.
다음으로 지정학적 특수성의 영향은 고유한 종교가 없는 우리 민족에 무속이 뿌리박게 했다. 이는 김동리의『무녀도』『바위』등 일련의 작품과정비석의 『성황당』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끝으로 풍토는 자연적 조건에 좌우되지만 시대에 따라 변모되는 것은 많다. 지금의 한국풍토는 전란과 그로 인한 무질서, 구미의 경박한「재즈」풍조가 판치고 있다. 우리 문학의 주조도 이를 파헤치는 작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불 수 있다.
곽종원<문학 평론가>

<한국문학과 한국의 자연|예찬·자기몰입의 두 자연관 작가 따라 독자적인 해석도>
한국문학과 한국의 자연은 두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하나는 자연이 한국문학에 어떻게 특수한 성격을 부여했는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문학이 한국의 자연을 어떻게 고유한 견지에서 보았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둘째 번의 측면에서 자연을 고찰하려 한다.
자연은 어디나 본연적으로 같은 것으로 단지, 기후나 지형이 다를 뿐이다. 한국의 자연은 풍광이 양명하지만 문학에 이것이 반영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비감에 싸여있다.
우리고전에 나타나는 자연관은 대부분 두 가지 유형에 속한다. 하나는 자연의 미를 즐겨 예찬하는 문학으로, 모사주의적 자연주의에 속하는 가장 소박한 자연관으로 동양적 자연관이다. 또 하나는 고려의『청산별곡』과 같이 자연을 대상 삼아 단순히 노래하는 것이 아니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연 속에 몰입하여 자연과 일체가 되는 자연관이다.
이것은 낭만적 자연주의이며 삶의 참다운 꿈을 자연과 일치된 곳에서 구하려는 인생관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문학을 살피면 객관 적인 자연을 단순한 모사나 귀의의 대상으로만 삼지 않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여 주관을 가지고 자연을 바라보면서 독자적인 해석을 내리고있다.
한용운은 그의 시『알 수 없어요』에서 자연의 표면을 모사 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배후 혹은 자연의 본질을 종교적 입장에서 투시하고 있다.
유치경의『드디어 알리라』는 본체논적 입장에서 자연을 표현한 것이고 서정주의『국화 옆에서』는 자연의 단순한 풍경이 아닌 자연의 생명을 표현하고 있다.
김현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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