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인터넷에 방법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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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완다 코스텔로는 결혼식 날 축배 인사말을 인터넷사이트에서 샀다.
신랑 들러리가 와인잔을 높이 들고는 술주정 하듯이 지껄여댄다.

이런 광경은 신랑 신부에게는 악몽같은 일이다. 완벽한 축배 인사말을 대필해주는 웹사이트등장으로 결혼을 앞둔 많은 예비 신랑 신부들은 이런 악몽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수십개의 사이트가 적당한 가격에 어떤 종류의 행사든 그에 알맞는 연설문을 작성해준다. 정치 집회, 세례식, 바르 미츠바(유대교에서 13세에 행하는 남자의 성인식), 장례식, 심지어 회사 선전 등의 어떤 경우라도 이 사이트들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결혼식날 신랑 신부를 위한 축배의 글을 요청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사람들은 보통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와 함께 시작한다"고 다섯 자녀의 어머니이자 www.Speech-Writers.com 사이트 운영자인 니앰 크로웨(58)가 말했다. 1995년 문을 연 이 사이트는 간단한 격려문부터 진지한 송덕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설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시간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것이다."

크로웨가 작성한 많은 연설문에는 유머와 현실적인 생활의 지혜들이 가득하다. 처음에 크로웨는 아일랜드 자택에서 혼자서 사이트를 운영했었지만, 지금은 고객이 너무 많아서 그때 그때 많은 프리랜서들을 고용해서 일하고 있다. 그들은 함께 수백개의 연설문들을 미리 작성해 두었다. 가격은 최하 25달러이며, 직원 오리엔테이션, 퇴직하는 직원들을 위한 파티, 자선 파티, 시상식, 9.11 기념식을 비롯해 스페인어로 작성된 결혼 피로연 축배 인사말도 준비돼있다.

개인적인 내용을 첨가하고 싶은 고객들 경우는 크로웨가 그들과 개별 면담을 하고 연설문을 작성해주는데, 가격은 1분당 95달러다. 즉, 10분짜리 연설문은 약 9백50달러(1백25만 2천2백90원)에 이른다.

행복한 결혼식 날 제시간에 맞춰

이는 오레곤 티가드의 존 코스텔로에게는 너무나 비싼 가격이다. 그와 그의 들러리를 맡은 그레그 주프리는 결혼식 며칠 전에 축배 인사말이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알고, InstantWeddingToasts.com라는 다른 사이트에 65달러를 지불하고 글을 의뢰했다.

"우리는 목요일 밤에 그 쪽에서 보낸 질문서를 작성했고, 토요일 아침에 완성된 연설문을 e-메일로 받았다"고 코스텔로(46)가 말했다.

연설문이 제시간에 도착한 덕에 주프리는 80여명의 하객들 앞에서 간결하면서도 재미있는 축배 인사말을 멋지게 끝내고 갈채를 받을 수 있었다.

"마치 영화속 한 장면 같았다," "주프리는 정말 맞는 말만 했다"고 코스텔로가 말했다.

하지만, 결혼 축배 인사말을 웹사이트에서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이 옳은 일인가? '전문가다운 인상... 일상 생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에티켓(Professional Impressions... Etiquette for Everyone, Every Day)'의 저자 마조리 브로디는 메시지가 규격화되지 않고 개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웹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혼식에서 좋은 내용이 든 인사말을 준비한 들러리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두 문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는 것이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들러리들이 사람들로부터 축배 인사말에 대해 찬사를 받았을 때, 웹사이트에서 산 거라고 고백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인사말을 돈주고 샀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좀 도움을 받아서 준비했다'고 말하면 된다."

번창하는 사업

실제 부부인 릭과 헤더 피크존카는 축배 인사말을 정말 엉망으로 하는 신랑 들러리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InstantWeddingToasts.com 사이트를 개설했다. 애리조나 매사추세츠에 사는 이들은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 고객 중 약 60%는 신랑 들러리들이다. 하지만, 신부 들러리, 신부의 아버지를 비롯 심지어는 신랑 신부들도 이 사이트를 찾는다고 한다.

"그 연설문들은 당신의 추억, 당신의 생각, 당신의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이다"고 릭 피크존카(27)는 말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당신이 준 것들을 가지고 종이에 옮겨 놓는 것 뿐이다."

헤더 피크존카(28)는 모토롤라를 그만둔 후 그 퇴직금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의뢰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4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자신이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고객들로부터 감사 카드를 받을 때라고 말한다.

"고객들이 멋지게 연설을 했다는 말을 듣는게 너무나 좋다"며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Jeordan Legon (CNN) / 김수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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