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드라머·센터」「핀터」작 『생일 파티』|뚜렷한 해석·치밀한 연출로 연극의 맛 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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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국의 어느 시골바닷가 하숙집이 무대가 되어있는 이 스탠리라는 하숙인을 골드버그와 매장 이라는 두 남자가 찾아와 납치해 가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납치해 가는 이유나 동기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는 것이 작가 핀던의 장기이다. 그래서 연출자 (유덕형) 도 자기나름의 해석의 권리를 가진다.
『이들 세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나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즉 골드버그는 그 황금만능주의를 암시하는 듯이 해석되고 매켄은 메커니즘을 암시하는 이름에서 두 인물을 물질문명과 기계문명으로 대표된 성질. 서로 보았으며 이에 힉생 뒤는 스탠리는 어느 한 개의 인물이 아니라 현대 젊은이의 불안과 공포를 상징한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아뭏든 납치극으로 보고 구경하면서 그 이상의 것을 찾는 재미가 핀터의 이 작품에는 있는데 연출의 묘미도 그 점을 노린 듯 하다. 한 인간을 완전히 무력하게 해버리는 세뇌의 과정이 생일 파티라는 「행사」를 축으로 진행되는데 짜임새 있는 연출이 근래에 보기 드문 치밀함을 지니고 있어 연극보는 개미를 돋워 준다. 수박 겉핥기로 이야기 줄거리에만 끌려 다니는 연극만 보아 온 눈에 「디테일」을 살려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식의 연기와 비교적 잘 소화된 대사의 말투나 「엘러큐션」이 연극의 진미를 느끼게 해준다. 3막이 약간 처진 듯한 느낌을 주지만 대체로 연출이 새롭고 대담하여 번역극 소화의 하나의 본보기가 되었고 스탠리 (신구) 와「매캔」 (변창순) 의 두역이 연기가 좋다.
모처럼의 드라머·센터 무대는 이 작품을 소화시키기에 알맞게 되어 있었다.
모처럼의 호연을 앞에 두고 텅빈 객석을 둘러보면서 우리나라 극장 가운데서 가장 연극하기에 안성마춤인 이 무대가 왜 방치되어있는가 새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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