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초음속 훈련기 첫 수출 비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T-50 고등훈련기 2대가 10일 경남 사천 공군기지를 출발해 1박2일의 여정을 시작했다. T-50 고등훈련기 2대의 착륙지는 인도네시아. 사천 공군기지~대만(가오슝)~필리핀(세부) 등을 거쳐 11일 인도네시아까지 ‘비행 수출’ 코스에 오른 것이다.

 2011년 5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장 하성용)이 인도네시아와 맺은 16대(4억 달러 상당)의 수출 계약이 이행되는 순간이었다. 나머지 14대는 올 연말까지 7차례에 걸쳐 나눠 인도된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97년부터 8년3개월에 걸쳐 개발한 T-50은 초음속(마하 1.5)으로 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훈련기다. 초음속으로 나는 비행기를 인도하는 데 1박2일이 걸리는 것은 완벽히 넘겨주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 7시59분 사천 공군기지를 출발한 T-50 훈련기는 11일 오후 3시30분 인도네시아에 도착할 예정이다. 총 30여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KAI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까지의 이동거리는 5600여㎞로 비행시간은 7시간가량이지만 안전한 인도를 위해 대만과 필리핀을 경유하면서 조종사들이 휴식과 연료 공급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T-50(인도네시아 수출용은 T-50i, i는 인도네시아 버전)은 당초 컨테이너로 수출할 예정이었다. 날개 등 동체를 분해해 컨테이너로 인도네시아까지 이동한 뒤 현지에서 다시 조립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현지 여건이 좋지 않아 완제품을 몰고 가서 인도하는 직접비행(Ferry Flight) 방식으로 변경됐다.

 T-50 훈련기의 수출길엔 그간 곳곳에서 변수가 돌출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특사단을 이끌고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당시 대통령 특사단이 머물고 있던 롯데호텔 19층 객실에 한국인 남자 2명, 여자 1명이 침입해 특사단 일행의 노트북에 손을 댔다가 특사단 일행에게 들켰다. 이들의 신원은 국정원 요원들로 파악됐고, 침입 목적은 T-50의 판매 협상과 관련한 인도네시아의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물밑 조율로 인해 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되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수출가격도 ‘제값’을 받은 편이란 평가다. 4억 달러를 16대로 나누면 T-50 한 대당 2500만 달러(270억원) 선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통상 러시아나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훈련기는 170억원에서 200억원 수준에 팔린다”며 “T-50은 세계에서 유일한 초음속 훈련기라 비교 기준이 없지만 그 정도면 성공적인 협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광주에서 일어난 공군 제1전투비행단 T-50 추락사건도 복병이었다. 5만 시간을 비행하는 동안 한 차례의 기체결함 사고도 일으키지 않아 훈련기 수준을 넘어 일반 전투기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T-50이 첫 수출을 앞두고 이상조짐을 보인 것이다. 공군은 사고 직후 T-50 계열 기종의 비행을 중단했다. 그러나 사고 비행기의 블랙박스를 판독한 결과 추락사고의 원인이 기체결함이 아닌 정비 과실 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KAI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미국에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와 폴란드·이탈리아와 협상하던 아랍에미리트도 수출 대상국 가운데 하나다. 하 사장은 “2030년까지 최대 6100대의 훈련기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기는 선박이나 자동차에 비해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 수출을 확대할 경우 부품 등 연관 산업을 비롯해 국내 경제적으로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사진 뉴시스, 뉴스1]

관련기사
▶ 한국, 초음속 항공기 세계 6번째 수출국 '쾌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