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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 판매로 단품 가격 내려 … 경기 불황 뚫고 매출 하이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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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차려 입고 진행한 현대홈쇼핑의 올초 명절 특집 방송의 한 장면. 유통 업계가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홈쇼핑은 합리적인 가격과 가격 대비 높은품질을 갖춘 제품을 앞세워 불황을 비껴가고 있다. [사진 현대홈쇼핑]

긴 불황으로 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 업계에서도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불황을 즐기는 곳도 있다. 특히 홈쇼핑 업체들이 쾌조다. 실제 홈쇼핑은 불황에 유달리 강하다. 1998~1999년 외환위기 때도 가장 많이 성장한 경험이 있다.

 CJ오쇼핑의 올 상반기 매출은 5716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650억원에서 올해는 768억원으로 18% 늘었다. GS홈쇼핑은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0.6%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7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3억원)보다 45.7% 증가했다. 현대홈쇼핑도 2009~2012년 4년간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이 16%다. NS홈쇼핑 역시 올해 목표 취급고 1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개국한 후발주자 홈앤쇼핑도 올 상반기 취급고가 5000억원을 넘어 올 한해 취급액 1조원의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홈쇼핑 성공시대’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는 넓어진 고객층이다. 1995년 케이블TV 등장과 함께 출범한 ‘선배’ 홈쇼핑 채널 GS샵과 CJ오쇼핑(당시 39쇼핑)은 지난달 18주년을 맞았다. 당시 40~50대 연령으로 홈쇼핑을 시작한 고객들은 이제 60~70대가 됐지만 여전히 홈쇼핑 이용에 인색하지 않다. 젊은 여성들도 결혼·출산 이후 물리적 시간이 줄어 홈쇼핑 고객으로 유입되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세도 이유중 하나다.

 고가의 백화점 패션 의류 대신 가격 대비 성능, 속칭 ‘가성비’가 좋은 홈쇼핑 패션이 인기를 끄는 점도 홈쇼핑 호황의 한 몫을 차지한다. 업계에선 “패션은 이제 명품과 저가 패스트패션(SPA), 그리고 홈쇼핑 패션의 3가지로 재편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CJ오쇼핑의 패션 효자 상품은 자체브랜드(PB)다. 2001년 내놓은 속옷 브랜드 ‘피델리아’는 12년간 5000억원이 넘는 누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피델리아는 올해 포함 총 4차례 프랑스 파리 국제 란제리쇼에도 나설 만큼 패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엣지·럭스앤버그·스타릿·에셀리아 등 총 10여 개의 PB를 운영하고 있다.

 GS샵도 패션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허태수 사장이 지난해 윈터 쇼케이스 때 “유통의 끝은 패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GS샵은 지난해 11월 손정완 디자이너와 ‘SJ.WANI(와니)’를 선보인 데 이어 올 상반기 김서룡·이석태·이승희·홍혜진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출시했다. 하반기에도 김석원·윤원정 등 신규 디자이너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롯데홈쇼핑도 총 22개의 패션 브랜드를 새로 선보여 지난해 대비 의류 매출을 4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노케제이 블루라벨을 시작으로 크레스에딤·타스타스·미넴·터치 등을 줄줄이 내놓는다.

현대홈쇼핑은 라뽄떼·맥앤로건·엘렌트레이시 등의 브랜드를 내놨다. 미국 페리엘리스의 국내 독점 라이센스도 따냈다.

합리적 가격의 화장품도 고정 인기 상품이다. NS홈쇼핑의 올 상반기 히트 1위는 ‘엘렌실라 달팽이크림’(9만9000원)이다. 2009년 9월 방송을 시작해 올해 8월14일까지 재구매만 10만 건, 총 판매금액만 500억원이 넘는다. 상품 기획 능력으로 소비자의 가치 소비를 이끌어 낸 점도 ‘홈쇼핑 성공 시대’의 비결 중 하나다. 묶음 판매로 단품의 가격을 낮춰 불황에 특히 인기다. 포장김치·오리고기·훈제연어·탕수육 등 집에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과 세제·휴지·비닐랩과 같은 생필품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이한 마케팅도 시도한다. 홈앤쇼핑은 매달 연속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단계 별로 높아지는 사은품을 주는 ‘릴레이 팡팡’ 행사를 벌이고 있다. 8개월 연속 구매한 고객은 총 7개의 사은품을 챙길 수 있다.

HMC투자증권 박종렬 연구원은 홈쇼핑업계 보고서에서 “불황에 가계 구매력이 약화되며 합리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여기에 홈쇼핑 업체들의 적극적인 상품개발 노력이 주효해 실적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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