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력 잃은 혼미의 아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억의 아랍인위에 20년간 풍운아로 군림했던 나세르 통일 아랍공대통령이 급서함으로써 이제 아랍세계는 일대 혼미 속에 빠지게 됐다.

<어두운 평화협상>
호전적 발언의 연발에도 불구하고 강·온파로 양분되다시피 하고 있는 아랍세계에서 비교적 온건한 행동노선을 견지, 중동평화협상에 호의적이던 나세르의 급사는 앞으로의 평화협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질 것이 확실시된다.
더욱 그의 죽음의 시기가 후세인 요르단정부와 팔레스타인·게릴라간의 내전종식을 주의제로 했던 아랍정상회담의 폐막직 후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요르단에서도 복잡한 문제가 속출할 것으로 예견된다.

<준급의 위치동요>
나세르 없는 아랍세계에는 분열의 이질적 요소가 배증할 것 같다.
아랍의 상징이며 경우에 따라 우상시 되던 그의 생존시에도 강경파의 회유작업이 쉽지 않았고 팔레스타인특공대의 광적 독주를 견제하는데 힘의 한계를 느꼈던 이집트의 아랍세계에서의 영도적 지위는 몹시 흔들릴 것 같다.
뚜렷한 후계자가 없었던 만큼 앞으로 엘·사다트 임시 대통령 뒤를 이어 국민의회에서 새로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될지는 예측할 순 없지만 집단지도체제의 등장도 예상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더욱 호전적인 청년장교들을 주동으로 하는 세력이 집권하는 날에는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쟁에의 모험에로 줄달음칠 위험성도 엿 보인다.

<소의 영향력강화>
야링 유엔특사의 주재 아래 굼벵이처럼 움직이던 중동평화협상은 이집트의 휴전위반을 물고 늘어지는 이스라엘의 보이코트와 팔레스타인·게릴라의 철저항쟁선언으로 이미 반신불수가 되어있다.
여기다가 협상추진의 강력한 받침대가 무너졌으니 중동평화기운은 크게 꺾이고 말 공산이 크다.
또 한가지 빠뜨릴 수 없는 것은 10년 전부터 군원을 통해 증대하기 시작한 소련의 이집트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듯하다. 또 아랍세계에 어떤 안정이 찾아오기까지는 군웅할거가 예상되기도 한다. <신상갑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