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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직장 사라진 지금, 좋은 직장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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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강성욱
GE코리아 사장

자신이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몇이나 될까. 올 초 국내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90%에 달하는 직장인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를 봤다. 직원들로부터 좋은 직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경영자로서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임과 동시에 인재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부동의 승자로 여겨지던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변동성’ 자체가 특성인 시대가 됐다. 경영자의 의지만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직장을 만들기란 사실상 어려워졌다. 만약 구직자들이 높은 임금과 몸이 편하고 안정된 것만을 찾는다면 기업은 기업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좋은 직장에 대한 인식 역시 바뀔 필요가 있다. 불안정성이 만연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안정을 우선순위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도전하고 그 밖을 경험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얼마 전 퇴직 근로자의 재취업이나 창업을 돕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컨설팅업체 임원으로부터 안정적이고 높은 급여를 제공하는 직장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이들이 시대의 변화에 대비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고, 이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

 따라서 이제 좋은 직장이란 불안정성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역량과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곳임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하는 고수익과 안정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즉 좋은 직장이란 개인의 역량에서 더 나아간 도전 기회를 제공해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곳이며, 제도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인재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곳이다. 인재에 투자하는 곳에는 좋은 인재와 리더가 있으며, 기업은 물론 개인 역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

 하반기 채용 시즌이 다가왔다. 취업난·실업률이 연일 화제가 되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인재난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눈앞의 편안함이나 기업 인지도, 당장 제공되는 편리에 앞서 진정 조직이 원하는 인재가 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졌지만 평생 일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스스로의 경쟁력 개발만이 진정한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

 불안한 현실 탓에 움츠러든 인재들이 조금만 더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통해 더 넓은 선택의 폭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취업난 속 공무원 시험 열풍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한편으로 위축되어 가는 현실에서 인재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일 인재 손실은 아닌지 우려된다. 경영자로서 기업과 직원 모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느낀다.

강성욱 GE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