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의 시정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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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 박대통령은 국회본회의에서 71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해서 시정 연설을 발표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70년대에 조국근대화와 민족중흥을 달성 할 수 있느냐의 여부, 그리고 우리가 다시 퇴영과 곤욕의 역사를 되풀이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국토통일 후에 복지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사명의 연대라고 지적하고,『격변하는 국제 정세에 처하면서 북괴의 침략을 단호히 분쇄하고, 경제를 더욱 발전시켜 승공 통일의 기운을 성숙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국내외 정세의 제반 여건으로 보아 70년대 한국의 역사의 기로에 서있음은 시인을 아끼지 못할 사실인데 이런 시대 환경과 변화의 도전이 격심한 정치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가 71년 한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가 그 윤곽을 밝힌 이번 시정 연설은 국민적 입장을 주목을 요하는 것이다.
시정 연설은 주한 미군 감축 문제가 한미 양국과 아시아 및 자유진영의 안보에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보장 없는 감축을 반대』한다는 우리입장을 관철하겠다고 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대두된 이래 우리정부는 선 보장·후 감축을 주장해 왔었는데 이번 연설 역시 이 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외교 활동으로 구현해 나가는 것이 한국안보를 위해서 필수 부가 결한 것임은 구차스러운 설명을 필요치 않지만, 최근「애그뉴」부통령이 언명한 것처럼 미국이 국군현대화와 주한미군 감축을 별개의 문제로 다루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차제에 우리의 기본적 요구를 실현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국민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국방 분야에 있어서도 그는 3차5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70년대 중반기 이후에는 자주국방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는 장기전망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자신을 북돋워 주었다. 그러나 이 장기 전망이 확고한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군현대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또 이 과제의 수행에는 미국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 방면에 앞으로 정부가 보다 능숙한 외교적 수완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자립경제와 자주국방의 목표달성이 이루어진다면 북괴는 적화통일의 망상을 버리지 않을 수 없게되는 것인데, 이점『국력의 절대적 우위』확보를 통일기반조성의 요건으로 지적한 연세의 취지는 매우 타당한 것이라 하겠다.
이어서 시정 연설은 물가안정, 수출목표 13억5천만달러의 달성, 성업개발, 수송력 증강, 기간산업 육성, 과학기술진흥 등 한국경제가 당면한 일련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음을 강조하고 있다.
시정연설이 제기한 전기 항목들은 71년 중에 정부가 기필코 이룩코자 하는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제시한 것이므로, 이 싯점에서 이에 대해 별다른 이론을 제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정연설이 그 논거의 출발점으로서 이 나라 경제의 기반조성과 전진에 중점을 둔 나머지, 그 동안 누적되어온 여러 모순들, 예컨대 최근 전문가 일각에서 자주 지적되고있는 재정의 경기조정 기능경시, 금융정상화를 가로막는 편중적 유동성 규제정책, 산은자금운영의 변칙성 문제 등에 대해서 이를 획기적으로 시정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적은 것은 한 가닥 아쉬운 점이라 할 것이다.
또 71년도의 수출을 70년보다 35%증가 시키러한다면 다시 환율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느냐하는 문제가 중요시돼야 할 것이다.
물론 시정 연설은 그 성격상 이런 문제까지를 하나하나 명시적으로 제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장차 국회가 비공개로라도 그 함축하는 바를 충분히 논의해야 할 줄로 안다.
71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가 위에 지적한 일련의 문제점을 충분히 논의하여 시정연설을 보완해 주기를 우리는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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