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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내린 현판, 그걸 맞는 서원 첫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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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구 달성군의 도동서원. 선조 때인 1604년 사액됐으며 조선시대 유학자인 한훤당 김굉필의 학문과 덕행을 기려 세워졌다. 관광객들이 강당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선조가 내린 현판 ‘道東書院(도동서원)’이 강당에 걸려 있다. 아래에 있는 ‘中正堂(중정당)’은 강당 이름이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소재지에서 낙동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큰 은행나무가 보인다. 심은 지 400년이 넘은 거목이다. 그 뒤 산자락에 기와집들이 늘어서 있다. 도동서원이다. 조선의 대표 유학자 5명 중 한 사람인 한훤당 김굉필(1454~1504) 선생을 추모하고 후학을 기르기 위해 건립됐다. 3일 오후, 이곳을 찾은 관광객 3∼4명이 건물 곳곳을 둘러봤다. 서원의 강당(중정당)에 올라서니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이 보인다. 관광객들은 중정당의 ‘道東書院(도동서원)’이란 편액(현판)에 관심을 보였다. 문화해설사 우순자(51·여)씨는 “도동서원은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며 “매년 1만5000여 관광객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액서원인 도동서원에서 사액(賜額)을 재현하는 ‘2013 달성도동서원제’가 열린다. 사액서원은 임금으로부터 현판과 책·토지·노비 등을 하사받은 권위 있는 서원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선현을 제사 지내고 인재를 키우던 곳이다. 도동서원은 선조 40년(1607년)에 사액됐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조선시대 임금이 하사한 현판을 맞이하는 행사를 7일 경상감영공원과 도동서원에서 연다”고 밝혔다. 그는 “조정에서 현판을 받아 서원에 거는 과정을 재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도동서원과 우리의 유교문화를 널리 알리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조선시대 경상도 관찰사가 집무하던 곳(경상감영)인 대구 중구의 경상감영공원에서 오전 11시에 시작된다. 조정에서 예관이 가져온 현판을 경상감영의 관찰사가 맞이하는 지영례(祗迎禮)다. 이날 행사에 사용되는 현판은 가로 180㎝, 세로 60㎝로 도동서원에 걸려 있는 것과 같은 크기다. 국악연주단의 정악 연주와 태평무 공연 속에 임금의 하사품인 현판을 맞는다. 예관은 이의익 전 대구시장이, 관찰사는 새누리당 이종진(달성군) 의원이 맡는다. 행사가 끝난 뒤 현판은 차량으로 옮겨져 달성군 현풍면 군민체육관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포산고교까지 사액 행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앞에는 취타대와 의장기를 든 군졸이, 다음에는 예관과 현판을 실은 가마가 따른다. 그 뒤에는 관찰사와 유림, 마을 깃발 행렬이 이어진다. 현판이 오후 4시쯤 도동서원에 도착하면 봉안례가 치러진다. 현판을 받은 이유를 알리는 고유제와 현판을 건물에 거는 게액 행사 순으로 진행된다.

 행사를 주관하는 달성문화재단 김채한 대표는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사액 과정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이를 보면 사액서원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성군은 도동서원을 주제로 매년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홍권삼 기자

◆도동서원=조선 선조 원년(1568년) 비슬산 자락에 세워진 쌍계서원이 임진왜란 때 불탄 뒤 1604년 현 위치에 재건됐다. 강당·사당과 이에 딸린 담장이 보물 제350호로 지정돼 있다. 김굉필과 그의 외증손인 정구를 모신 사당이 있다. 도동이란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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