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바둑 두면 행복한 아마 5단 … 그래서 이세돌·구리 10번기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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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장건

세기의 대결이라 할 ‘이세돌 9단 대 구리 9단의 10번기’가 내년 1월에 열릴 전망이다.

장쑤(江蘇)성에서 MLILY 몽백합(夢百合)이란 브랜드의 가구회사 헝캉을 경영하는 38세의 젊은 기업인 니장건 대표가 이 대결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올해 우승상금 3억원의 몽백합배 세계대회를 창설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세계대회를 하려면 적어도 15억~20억원이 든다. 이세돌-구리의 10번기는 우승상금이 10억원.

절대강자의 시대가 저물고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바둑계에서 이세돌과 구리는 한·중을 대표하는 마지막 스타이기에 충분히 멋진 대회가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선뜻 거금을 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니장건 대표를 만나봤다.

 -나이가 젊어 놀랐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10년 전 베개를 하나 샀는데 가격이 비쌌다. 싸고 좋은 베개를 만들면 사업이 되겠다 싶어 그 길로 고향에 가 창업을 했다. 3분의 1 가격으로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몽백합은 가구 브랜드인가. 매출을 말해줄 수 있나.

 “그렇다. 베개·침대·소파 등을 만들어 미국과 유럽에 수출한다. 요즘은 중국 내수도 생각하고 있다. 세금은 연 100억원 정도 내고 있다.”

 -몽백합배도 큰 대회인데 이세돌-구리 10번기까지 연다니 부담스럽지 않나.

 “바둑을 무척 사랑한다. 지난해 12월 8일 이세돌-구리의 삼성화재배 결승전 명승부를 본 뒤 상하이에서 함께 식사했다. 그리고 올 3월 두 사람을 만나본 뒤 불과 30분 만에 10번기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구리는 이미 알고 지낸 좋은 친구다. 이세돌 역시 전혀 이상하지 않고 의리와 도리를 지닌 청년이었다. 중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에게 멋진 대결의 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바둑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가. 바둑 실력은.

 “바둑은 대학 때 배웠고 실력(아마 5단)은 약하다. 그러나 바둑을 두고 있으면 행복하게 느껴진다. 바둑과의 인연을 귀중하게 생각한다.”

 -10번기는 언제쯤 열리나.

 “아직 마무리가 조금 남았다. 11월에 일정과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겠다.”

상하이=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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