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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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출을 목적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도자기공업은 수출실적이 오르지 않고 국내수요가 줄어들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나라 도자기생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식기와「타일」. 대한도자기공업협동조합에 가입한 50여 개 업소가운데 20여 개소가「타일」을, 나머지 20여 개소가 식기를 주로 만들고 있다.
이들 두 품목은 모두 수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국제시장에 내놓았을 때, 국제시세보다 가격이 높고 질도 뒤지기 때문에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조합 측은 말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뒤떨어지는 것이 식기로 수출도 여의치 않을 뿐 아니라 국내수요도 「스테인리스·스틸」그릇의 등장으로 밀려나기 시작한지가 6∼7년이 넘어 계속 불경기를 맞고 있다.
국산 도자기 식기는『그저 쓸만하다』는 정도의 평을 받고 있으나 국제 수준에 비하면 국산 최고품이 국제수준 2, 3류 밖에 미치지 못한다.
국산품의 질이 뒤떨어지는 근본 원인은 재래식의 영세생산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그래서 업계 일부에서는 대규모 기계시설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나 빠른 시일 안에 해결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자들은 보고 있다.
기계시설의 부족과 함께 또 다른 결점은 전문기술자의 부족이다. 몇몇 개 대학에 요업학과가 설치되긴 했으나 아직 본격적인 성과를 기대할 단계는 못되고 있다. 우리 나라 도자기의 특색을 살릴만한 특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수준에 이르는 색채「디자인」을 고안해내기 위해서는 이 방면의 전문가 육성이 요구되고 있다.
사기 그릇에 큰 타격을 입힌「스테인리스·스틸」식기는 연간 8백50만「달러」로 수입해 들여온「스테인리스」동으로 만드는데 총 수입량의 60% 이상이 식기를 비롯한 가정용품 생산에 소모되고 있다. 이에 반해 도자기는 원료의 85%를 국산으로 충당할 수 있어 가격이 싸 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깨지기 쉬운 단점 때문에 결코 경제적이 못된다는 것이 주부들의 생각이다.
사기그릇은 깨진다는 단점을 빼면 거의 나무랄 것이 없는 깔끔하고 품위 있는 식기로 오래 전부터 애용되어 왔다. 보온력이 약해 겨울 식기로는 마땅치 않아도 산뜻한 무늬와 반들반들한 감촉은 가정용 식탁기구로 쓰기에 가장 개성 있는 그릇이다.
사기 그릇이「스테인리스」제품에 밀려난 것은 깨진다는 난점뿐 아니라 사기의 품위를 살린 우수안 도자기 제품이 생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사기그릇은 보통 세 가지로 품질의 급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상품의 등급 표시는 회사마다 다를 뿐 아니라 상품마다 질의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생산공장에서 거죽을 보고 등급을 분류해 놓으면 이 표시가 도매상까지는 붙어 오게 된다. 그러나 소매상에 이르면 온통 섞여버리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모양이 이그러지지 않았는가, 울퉁불퉁한 흉이 없는가, 만져보아 반들반들한가 하는 점에 유의해서 상품을 고르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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