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직계 전면 등장 '실용주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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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문희상 신임 의장이 3일 오전 염동연·장영달 상임중앙위원(앞줄 오른쪽부터) 등 당직자들과 국립현충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문희상 의원이 열린우리당 전당대회(2일)에서 당의장에 선출됐다. 득표 순에 따라 염동연.장영달.유시민 의원이, 여성 몫으로 한명숙 의원이 상임중앙위원에 선출됐다. 이들은 의장이 지명하는 두 명의 상임중앙위원과 함께 지도부를 구성한다.

문 의장은 초대 정동영 의장에 이어 전당대회에서 정식으로 선출된 두 번째 의장. 2년간 당을 이끌게 된다. 이번 경선은 2004년 1월 전당대회보다 후보 간 노선 공방이 치열했다. 막판으로 가면서 대결구도가 분명해져 결과적으로 여당 내 세력 판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이다.

◆실용주의.친노직계 부상=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친노직계 그룹이 새로운 당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1, 2위를 한 문희상.염동연 후보는 각각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정치특보를 지냈다. 둘은 경선 때 줄곧 '참여정부 성공을 위한 당의 뒷받침'을 강조했다. 당의 통합과 여야 간 대화.타협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노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창당 초기부터 최근까지 당과 국회 운영을 주도한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체제는 사실상 붕괴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문 후보를 지원한 데 반해 신기남 의원은 유시민.장영달 후보를 지지했다. 천정배 의원은 침묵을 지켰다. 그래서 문.염 두 후보를 측면 지원한 정 장관의 당내 세력이 확대됐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정 장관 쪽의 한 관계자는 "결과에 90% 정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당내 차기주자의 한 명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측은 사실상의 계파 내 단일후보였던 장영달 의원을 당선시켰다. 일단 저력을 보여준 모양새다. 반면 구 개혁당 중심의 참여정치연구회는 김두관.김원웅 후보가 탈락하고 유시민 후보만이 당선됐다. 당분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모양으론 중도 또는 실용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명숙 의원을 가운데 놓고 실용파(문희상.염동연)와 개혁파(장영달.유시민)가 두 자리씩을 나눠 가졌으나 관건은 두 명의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이다.

◆김두관 탈락 이변=경선의 최대 이변은 유일한 영남 출신 김두관 후보의 탈락이다. 그는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2위 자리를 유지해 왔다. 김 후보 자신은 "2위 안정권이라는 점이 너무 일찍 알려져 손해를 본 것 같다"고 했다. 명계남 국민참여연대 의장은 3일 김씨의 지명직 상임중앙위원 임명을 제안했다. 염동연 후보가 2위를 차지한 이유에 대해 수도권 재선 의원은 실용.개혁파 간의 대립각이 커지자 실용파 대의원들의 두 번째 표가 염 후보에게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영.김정욱 기자 <oliv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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