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제의 「유엔」상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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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탄트」 「유엔」사무총장은 18일 「유엔」총회의장에게 「언커크」가 제출한 연례보고서를 회부, 이를 오는 9월의 제25차 총회에서 심의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언커크」가 「탄트」총장에게 제출한 연례보고서와 아울러 보낸 「언커크」의장 공한은 『만일 한국문제에 관한 어떤 안건이라도, 그것이 이번 총회 의제로 제출될 경우에는 「언커크」보고서도 이를 함께 이번 총회의 토의조건으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한바 있었다. 그런데 소련 등 공산「블록」은 지난 17일 『주한「유엔」군 철수 안』 및 『「언커크」 해체 안』을 총회토의 안건으로 제출했으므로 「우·탄트」사무총장은 총회에 대해서 「언커크」의 연례보고서도 이를 아울러 심의해줄 것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작년도 「유엔」총회가 한국문제의 「재량 상정방식」을 채택한 이래, 동서냉전의 초점적인 문제의 하나있었던 한국문제를 해마다 「유엔」총회에 상정, 심의할 필요는 없어졌었는데, 금년 총회에 제해서는 공산 측이 상투적인 『「유엔」군 철수 안』, 『「언커」 해체 안』등을 또다시 들고 나왔으므로, 한국문제는 「유엔」총회의 정식의제가 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문제의 토론절차나, 통한문제를 다루기 위한 기본적인 입장에 있어,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주장은 각각 판에 박은 듯 고정되어있고, 때문에 한국문제를 해마다 상정 심의하면서도 그것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거나 통한을 추진하는데 실효 있는 기여를 하지 못했던 것은 주지하는바와 같다. 따라서 한국문제의 「유엔」상정·토론·표결 등은 그러한 실질적인 면보다도 오히려 「유엔」이 산파역할을 해서 수립한 대한민국과 「유엔」의 권능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는 북괴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세계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를 표시하는 「바로미터」로서, 냉전외교에 있어서 중요한 관심사가 돼왔던 것이다.
우리는 이제 「유엔」에서의 한국을 지지하는 푯수의 다과를 가지고 일희일우할 정도로 신경과민하지는 않지만, 한국에 대한 지지는 대한민국 정부의 합법성, 정통성에 대한 재확인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지지표의 확대를 위해 외교력을 집중 사용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문제의 「유엔」상정에 제해 금년도 한국의 입장은 예년에 비해서 훨씬 유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왜냐하면 과반 우리 정부는 중동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둘러싸고 대 「아랍」정책을 현실화함으로써 「아랍」「블록」의 호의적인 반응을 확보했었는데, 우리나라가 대 「아랍」정책에 있어서 보다 더 적극적인 접근자세를 취한다고 하면 「아랍」제국의 기권을 방지하고, 이들 국가의 표를 한국에 대한 지지표로 들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박 대통령이 지난번 8·15경축사를 통해 북괴의 위장평화 통일공세에 대해서 따끔한 쐐기를 박아놓은 데다가, 이로써 그는 세계에 대하여 한국이 평화통일을 반대하고있다는 그릇된 인상을 씻어버리고 국제여론의 좋은 반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종전에 비해서 유리한 입장에서 한국문제의 「유엔」상정, 심의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번 총회에서 우리 정부는 물샐틈없는 지지획득 외교를 전개함으로써 모처럼 유리하게 성숙되어가고 있는 객관적 정세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는 대「유엔」외교에 있어서 이미 만반의 대책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금년「유엔」총회에서야말로 성년 한국의 외교역량을 과시하는 좋은 「찬스」를 잡게 되기를 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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