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2)폭서|서남문<한국 기상협회 기술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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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여름 더위를 맞으면 겨울생각이 나고 겨울이 되면 다시 여름생각이 난다. 장마가 걷히고 더위가 그럭저럭 물러날 것으로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금년 들어 12일 서울의 기온이 35도로 무더운 날이었지만 1939년 8월 10일의 서울지방 기온 38·2도에 비하면 견딜만한 더위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와 같은 더위 속에서는 천하장사도 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는 모양-. 친구들과 어울려 다방에 들어가면 저마다 얼음을 섞은 음료수를 입술에 갖다대며 「어, 시원하다」를 연발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뛴다.
관상대 예보에 의하면 올해는 늦더위. 앞으로 얼마나 이 더위에 더 시달려야할지 생각하면 짜증이 날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지상의 더위보다 훨씬 더 덥게 여름을 지내는 것은 무더위 때문만은 아니다. 얼음 반에 「사이다」 나 「콜라」를 조금만 넣고 몇 배의 돈을 받는 다방의 음료수 값을 생각하면 피부 밑으로 스며들었던 더위가 다시 솟아나고 아직도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거리를 달리고 있는 「버스」의 매연은 지열보다 몇십 배 더한 열기를 우리들의 얼굴에 확 끼얹어준다.
갈증을 견디다 못해 시원하게 마시던 우유 한 「컵」에 천문학적 숫자의 대장균과 세균이 우글거린다는 당국의 발표와 창녕지구에 번지고있는 「콜레라」등등 우리들을 무덥게하는 것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불쾌지수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중순쯤이면 북태평양에 있는 열대기단이 물러가고 더위는 서서히 약해져 시민들의 더위와의 싸움은 끝날 것이다.
우리모두 서늘한 매미소리를 마음속에 생각하며 무더운 생각을 떨구고 가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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