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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울고 나도 울었다

미주중앙

입력

매트 스티븐슨이 입양되기 전 촬영한 사진. 신분증에 한국이름 이승엽과 생년월일이 크게 적혀있다. [LA타임스 제공]
지난 7월 해피트레일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매트 스티븐슨이 경주 왕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LA타임스 제공]

똑똑. 두번 노크 소리가 들렸습니다. 살짝 열린 문 사이로 보조개가 들어가는 뺨과 단정하게 뒤로 빗은 머리 뒤에 파란 리본 핀을 꽂은 40대 여성의 얼굴이 보입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내 한국어 악센트가 다른 날보다 더 엉망입니다.

“안녕하세...”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습니다. 인사말도 마치지 못하고 그녀는 나를 꼭 안고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있던 소셜워커가 통역해줍니다.

“미안하다고 하네요. 진짜, 진짜, 미안하다고.”

친 엄마를 만나는 3시간 30분 동안 나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깊은 아픔을 이해한 순간 난 울었습니다. 나는 압니다. 내가 흘린 눈물이 엄마에게 안도감을 주었음을.

30일자 LA타임스는 생후 4개월 때 미국 백인부부 가정에 입양된 자사 소속의 한국계 기자가 입양단체의 주선으로 모국방문 여행에 참가, 25년 만에 생모와 만난 순간의 심정을 칼럼으로 게재해 독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매트 스티븐스(25·한국명 이승엽)는 홀트 어린이복지회에서 주관한 한국 해피 트레일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달 생애 처음 한국을 방문하고 생모(이정숙)와 상봉했다.

스티븐슨은 다른 입양아와 달리 성장기에 친부모에 대한 호기심이 없었다. 그는 그러나 대학시절 아시안학 수업을 들으면서, 아시안 저널리즘 동아리와 어울리면서, LA한인타운과 가까운 곳에 살게 되면서 점차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대해 배우고 싶어졌다며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스티븐슨에 따르면 생모 이씨는 유부남인 줄 모르고 만난 남성과 사귀다 스티븐슨을 임신하자 출산 후 입양을 결정했다.

그는 “엄마는 끊임없이 ‘화나지 않았느냐’, ‘속상하지 않았느냐’고 내게 물었다. 25년간 가슴에 묻어둔 엄마의 죄책감을 보면서 그녀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스티븐슨은 이어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거라 상상했지만 막상 만나니 간단한 영어와 침묵으로 시간을 보냈다"며 "전화번호를 묻고 공항에 배웅을 나오겠다는 엄마의 요청도 통역과 복잡함을 내세워 편지만 주고받기로 했다"는 글로 생모를 만난 후 느낀 혼란스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헤어지기 전 엄마는 풀어진 신발 끈을 묶어주고 밖에 내리던 비를 맞지 않게 나를 꼭 끌어안아 우산으로 가려줬다"며 "헤어지기 전 눈물을 흘리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엄마의 모습을 차마 바라보지 못한 채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했다"고 전해 어쩔 수 없는 자식의 아픈 심정을 나타냈다.

당시 스티븐슨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입양아는 5개국에서 총 17명으로 이중 스티븐슨을 포함한 6명은 친부모를 찾았다. 반면 아예 친부모 찾기를 거부한 입양아도 있었고 오랫동안 찾았지만 만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고 스티븐슨은 밝혔다.

스티븐슨은 “한국전이 발발한 후 지금까지 16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전 세계에 입양됐고 대부분이 나처럼 미국에 입양됐다”며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한국은 미혼모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지금도 매년 수백 명의 영아들이 미국 가정에 보내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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