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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본 「삼국사기」 전 9권 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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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최순복기자】경북 월성군 안강읍 옥산동 1600 옥산서원과 독악당에 보관돼 있던 삼국사기 전 9권, 신증동국여지승람 22권 등 모두 1백 17권의 귀중한 문화재가 지난 7월 18일과 5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도난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도난장소인 독악당은 이조 명종 때의 대학자 회재 이언적 선생의 고택(보물 413호 지정)으로 지금은 그의 16대 손인 이원목씨(40)가 관리하고 있다. 신고를 받은 문화재관리국은 성대교수 임창순 이춘희 양 교수로 하여금 진상을 조사중에 있으며 관할 경주경찰서도 수사에 착수하고 있으나 5일 현재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도난 당한 고서본은 독악당에서 삼국사기 완질 9권(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유일한 완질본으로 1521년 간행)을 비롯, 자치통감강목 14권(갑인자본) 과 송조문 3권 등 26권과 옥산서원 소장의 퇴계문집 29귄 심경부주 36권 신증동국여지승감 등 모두 1백 17권으로 드러났다.

<독악당 도난사건>

<등산객을 가장 범행>
7월 19일 상오 9시쯤 독악당의 관리인 이원목씨가 주변을 순시하다 구식 자물쇠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 귀중 서본이 도난 당한 것을 알아내고 6km 떨어진 경주경찰서 안강 지서에 신고했다. 현장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범인들이 미군「워커」군화의 발자국을 남긴 것으로 보아도 도덕산 쪽 흙담을 넘어 들어온 것으로 단정했다.
이 지방은 7월 4일부터 장마가 계속되었다가 18일 날씨가 갰었는데 발자국이 생긴 것으로 보아 범인은 18일 밤에 독악당에 침입, 길이 10cm 폭 5cm의 구식 검은 자물쇠를 따고 당안의 서가에 보관되어 있던 삼국사기 9권 전부와 송조문 3권 등을 훔쳐 역시 담을 넘어 달아난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발자국의 수로 보아 범인을 등산객을 가장한 모습의 2명으로 보고 있다. 독악당 안에 각종 고서본 이외에도 이언적 선생이 1547년 (명종) 당시 썼던 금관자 2개 환옥관자 2개를 비롯한 옥대 어필 및 전적 등 유물 6백여 점이 보관돼 있었으나 범인은 여기엔 손도 안 댔다.
경찰은 범인이 고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며 이언적 선생의 후손과도 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도 보고 있다.

<옥산서원 도난사건>

<뒤늦은 수사…부진>
독악당 사건에 앞서 5월 16일 밤 서원의 자물쇠를 부수고 심경부주,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87권의 고서본이 도난 된 것을 알아냈으나 경찰은 사건이 난지 2개월이 지난 8월에도 이렇다할 단서 하나 찾지 못하다 다시 독악당 사건을 당했다.
경찰은 도난 당한 문화재가 해외반출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적절한 조치를 강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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