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레이, 장고 끝에 대실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제7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1국
[제3보 (34~48)]
白·한국 曺薰鉉 9단 | 黑·중국 王 磊 8단

"백이 괴롭다"는 소리가 검토실을 맴돌고 있다. 曺9단의 기세가 비록 훌륭했지만 흑의 대군에 포위된 상황인지라 괴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曺9단은 끊임없이 뭔가를 중얼거리며 34로 찔러갔다. 이곳이 유일한 빈틈. 그러나 백모양도 영 사납다.

왕레이8단은 모범생 같은 자세로 판을 쏘아보고 있다. 큰 고기가 일찌감치 걸려든 탓인지 왕레이는 상기된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의 가슴은 이때 쿵쾅거리며 뛰고있었는지 모른다.

오랜 장고 끝에 王8단의 손이 돌을 집어들더니 39로 꽉 이었다. 급소인가. 이수에 '참고도1'처럼 백1로 막아준다면 흑2, 4로 간단히 끝장이다.

그러나 백40으로 늦추는 수가 있다. 계속 밀고나가 47까지 두점을 잡아냈지만 흑▲ 한점이 크게 들어가 이건 계산서가 어딘지 이상하다. 더구나 백엔 48로 또다시 이용하는 수단마저 남아 있지 않은가!

장고 끝에 둔 39는 엉터리 수였다. '참고도2' 흑1로 바로 막아 바꿔치기를 해야 옳았다.

이 그림은 흑▲가 아직 숨을 쉬고있어 실전보다 월등했다. '참고도2'라면 아마도 흑이 유리한 국면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실전은 상변을 잡았지만 대실패.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