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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 이래선 곤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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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지수
국민대 총장

우리말에 “돈에 눈이 어두워진다”는 표현이 있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돈에 집착하면 볼 것을 제대로 못 보게 된다는 말이다. 현대차 노조는 아마도 이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평균 연봉이 9400만원이나 되는데 파업을 하니 말이다.

  전년도 이익의 30%를 달라 하고 미진학 자녀에게 지원금을 달라는 등 180개를 요구한다. 이를 받겠다고 파업하는 노조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이런 파업은 연봉 2000만원에도 밤늦게까지 땀 흘려 일하는 성실한 노동자를 우롱하는 행동이 아닐까.

 현대차 노조가 주장하는 장시간 저임금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임금도 시간당 39달러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다. 요구안을 들어준다면 아마도 시간당 80달러도 넘게 될 것이다. 이런 임금은 세계 어떤 기업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현대차 납품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동료의식이 있다면 이런 이기적인 요구가 나올 수 없다.

 한국의 노사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노조위원장 자리는 이제 온갖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막강한 존재가 됐 다. 연봉도 임원급이며 자동차도 제공된다.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자리는 결코 아닌 것이다.

 노조위원장이 되면 선거를 의식하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격한 요구를 하게 된다. 이런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집단은 울산 시민들이다. 현대차 파업이 곧바로 생계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줄을 서서 납품을 하고 있는 부품업체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현대차 공장이 멈추면 부품업체 공장도 서게 된다. 그렇다고 임금이 나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노동법도 정말 문제다. 전 세계에서 파업에 대응해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는 나라는 한국과 아프리카 말라위뿐이라고 한다. 어떻게 선진국을 지향하는 나라에서 글로벌 기준과는 동떨어진 노동법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나라의 제조업 장래가 걱정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물론 직장폐쇄라는 강수를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수천 개의 부품회사와 함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현대차와 같은 회사가 직장폐쇄라는 카드를 쓸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는 안전·성능·연비·환경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연구개발 능력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에 의해 판매가 결정된다. 지금은 현대차 전 직원이 자동차의 상품성과 조립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할 때다. 당장 하반기에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상반기에 비해 축소된다 하고 국내시장에서도 수입차 공세가 만만치 않다. 올해만 하더라도 현대차 노조가 특근을 거부해 자동차 생산이 크게 줄었다. 결국 수출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현대차 노조는 마치 미래를 보지 않고 지금의 이익을 위해 저인망으로 물고기를 남획하는 어부와 같다. 통제된 포획이 돼야 장기적으로 어부의 생존이 가능하다. 얼마 전 파산한 미국 도시 디트로이트는 이런 지혜가 부족했기 때문에 나온 재앙이다. 디트로이트의 교훈을 노조가 깨달아야 한다. 물고기를 남획하면 지금 당장 수입이 좋은 것 같지만 결국 곧 망하게 된다. 회사와 노조는 공존해야 한다. 마치 물고기와 어부가 공존해야 하는 것처럼. 서로 키워줘야 한다. 회사라는 물고기가 없으면 노조라는 어부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단기적 이익을 취하려는 생각과 정치적 욕심을 노조는 버려야 한다. 노조는 이제라도 빨리 파업을 끝내고 사측과 합리적인 타협을 해야 한다. 현대차의 파업을 보는 국민의 눈초리가 따갑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