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탐방] 가출 청소년들, 노숙자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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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에 가출한 제시카는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다.
제시카 야콥스는 15살부터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폐공장에서 자며 간혹 사나흘 동안 굶기도 한다. 또 안전과 보온을 위해 다른 길거리 아이들과 함께 떼지어 다닌다.

이제는 21살로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는 제시카는 "그 어느 누구에게라도 이런 것은 삶이 아니다"라며 "당신은 믿을 수 없는 일들을 보게 된다. 총격을 목격하게 되고 15살 짜리가 마약을 하는 것, 약물을 남용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건 끔직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길거리 아이들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집계된 연방 정부 자료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국 청소년의 숫자는 1백만명에서 1백20만명 사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들 가운데 약 1/7이 인생에서 한 번쯤은 가출을 감행한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본부를 둔 가출문제 전용 핫라인 '전국가출소년교환대(The National Runaway Switchboard)'는 당황한 부모와 겁에 질린 가출 청소년으로부터 하루에 수 백통의 전화를 받고 있다.

제시카는 부모와 함께 지낼 수 없어 가출했다.

그녀는 "가정에 견디기 어려운 상황들이 존재하면 집에 있기를 원치 않을 수도 있다"며 "많은 십대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이런 생활을 하기 바라고 삶의 위험도 감수한다. 그들은 강간을 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 중 적어도 절반 정도가 일부 형태의 학대 행위 때문에 집을 나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디모인의 또 다른 가출 청소년 로코도 "8살 이후 나는 13층 짜리 계단에서 떠밀어 넘어졌다. 나는 어느 누구의 집으로도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이제 22살인 로코는 그의 청소년 시절 대부분을 길거리에서 보냈다. 구걸로 연명하는 로코는 구걸을 하거나 폐건물에서 파이프 및 구리선을 떼어내 돈을 번다.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와 십대들은 지역에 따라 강간, 구타 그리고 매춘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네브라스카-링컨 대학의 레스 휘트벡 교수는 "이런 아이들은 대단히 쉬운 목표"라며 "가출 청소년들은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아주 쉬운 먹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휘트벡 교수는 3년 동안 가출 청소년들을 지켜보며 그들에 대한 연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휘트벡 교수의 결론 초안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십대는 보통의 십대들과 비교해 8배나 높은 비율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런 질환으로 아이들이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로코(왼쪽)는 구걸을 하거나 폐건물에서 파이프를 떼어내는 일로 돈을 번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다시 어린아이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보았고 너무 많은 경험을 했다. 휘트벡 교수는 이런 청소년들 '조숙한 어른들'이라고 부른다.

휘트벡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많은 사회 복지 기관들은 통금 시간을 두거나 숙소에서 약물과 술을 금지시키는 등의 엄격한 규칙을 적용시키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그러나 휘트벡 교수는 이와 같은 엄격한 규칙이 그저 아이들을 다시 길거리로 내미는 역할을 하게 될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그들의 때 이른 어른스러움을 고려해야만 한다"며 "그들이 심지어 약물이나 술을 이용할지라도 보호시설에서 잘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보호 기관이 아이들을 방종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이런 보호 기관은 아이들이 쫓겨나지 않은 그날 밤 아이들을 강간에서 보호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보호 기관들은 길거리의 아이들과 협력하기 위해 많은 규칙을 버려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로코와 제시카 야콥스는 디모인의 '거리 가족' 구성원 중 일부다. 전문가들은 중서부의 도시와 작은 마을들도 뉴욕과 같은 거대 인구 밀집 지역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가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디모인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하워드 마탈바는 십대 가출 청소년의 캠프를 발견하기 위해 인근의 숲, 열차 차량 그리고 폐공장 등을 뒤지며 할 수 있는 한 많은 거리 아이들과 접촉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탈바는 "가출한 아이들은 얼어 죽을 수도 있다. 나는 흉기에 찔린 아이들, 야구 방망이로 구타 당한 아이들 그리고 강간 당한 아이들을 보았다"며 "아이들을 길거리 생활에서 벗어나도록 만드는데는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만약 내가 그 아이들을 비교적 이른 시간 안에 길거리에서 벗어나도록 돕지 못한다면 아마도 통계 수치로나 그 아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탈바는 디모인과 같은 도시들에 거리 십대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라고 설명한다. 디모인에는 길거리 청소년들을 위해 단지 56개의 침상이 있을 뿐이다. 그는 이 수치보다 2배는 많은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생활한다고 지적한다.

많은 십대들이 가족 문제 때문에 가출을 하고 있지만 길거리 생활의 베테랑인 디모인의 가출 청소년들은 종종 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집에 있는 것이 얼마나 괴롭든 간에 집을 떠나지 마라. 왜냐하면 길거리의 가출 생활은 그 보다 더 끔찍하기 때문이다."

비록 가출한 아이들이 길거리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일시적인 가족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터뷰한 가출 청소년들은 진짜 가족을 원했다.

로코는 "침대가 있고, 내가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 머리를 누일 수 있는 곳, 안전하고 정말로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곳 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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