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교양과정과 외국어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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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일 한국 영어영문학회.독어독문학회.불어불문학회.중국어중문학회 대표들은 앞서 문교부가 제정한 대학모형 교양과정이 대학에서의 외국어 교육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일관성을 잃은 교육정책이라고 지적, 그 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한다.
이들은 종래 교양과정 총 이수학점1로 줄인 것은 ①대학에서의 외국어 교육을 약화시키며 ②고교와 대학원에서는 모두 2개 외국어를 배우게 되어있는데 대학에서는 1개 외국어만은 배우게 하여 일관성을 상실했고 ③현재의 학계실제상 불충분한 외국어실력으로는 전공과목을 이수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의 모형교양과정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모형에 지나지 않으며 하등의 강제성이 없고 대학의 교과과정편성은 대학의 자율적인 권한에 속하는 것이기에 형식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각 대학은 문교부의 모형교양과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외국어의 배점을 늘리면 되는 것이기에 큰애로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각 대학이 자율성을 포기하고 문교부의 모형에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외국어 외국문학회들이 문교부에 대하여 건의하지 않을 수 없던 것으로 생각된다.
들리는 바 에 의하면 문교부의 모형교양과정의 작성은 전임 문 문교 때 이미 구상되었던 것이요, 그 동안 여러 차례의 공개토론 끝에 시안이 발표되고 여론에 좇아 자연과학개론·철학개론 등을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문교부는 중앙교육연구소가 조사한 교수와 학생의 여론조사에 근거하여 과거의 교양과정에 불만이 많았기에 이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하는바 이제까지의 교양과정의 과목배정에는 상당한 모순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교부가 지난 1월말에 발표한 모형에는 필수과목으로 영어6학점, 제2외국어6학점으로 외국어를 12학점으로 발표했으나 6월의 최종안에서는 외국어 6학점만을 필수로 하고, 제2외국어 6학점은 선택과목으로 돌림으로써 그 결정과정이 불명확하여 외국어외국문학회에서 반발하고 이의 시정을 건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문교부가 영어와 제2외국어를 필수로 하지 않고 1개 외국어만을 필수로 하고 제2 외국어를 선택으로 한 것은 어학위주의 고정된 교육을 지양하고 학생개개인의 재질을 존중한 조치라고 했다고 하나 학문도구로서의 외국어교육을 소홀히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이지 고등학교교육에서 영어와 제2외국어가 「마스터」된다면 대학교양과정 에서 외국어를 다시 가르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고교교육은 대학입시예비학교교육에 그치고있는 실정이고 어학교육은 상당히 등한시되고 있다. 대학모형교과과정은 고교의 외국어교육이 충실하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 같은바 고교의 외국어교육이 일반적으로 불충실한 현실을 고려하여 배점을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국어교육은 선진국에서는 그다지 필요 없으나 후진국에서는 문화의 섭취를 위한 도구로서 필수 불가결한 만큼 외국어의 배점을 늘려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에 없던 교련이 6학점이나 들어가서 외국어의 배점을 늘릴 수 없는 경우에는 제1외국어3학점, 제2외국어3학점으로 분리하되 시간은 배로 해서 고교에서 배운 외국어를 완전히 잊지 않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국어의 6학점과 생활한문4학점, 합계10학점은 외국어6학점과 비교할 때 많은 것 같고 철학개론, 문화사·자연과학개론 등의 3학점도 자칫하면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될 우려가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문교부의 모형교양과정은 어디까지나 모형에 불과한 것이기에 이것이 개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각 대학은 대학의 자율성을 발휘하여 외국어교육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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