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재판 안 나온 배심원에게 과태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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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후보자로 선정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했다. 2008년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도입된 뒤 재판에 나오지 않은 배심원 후보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지법 제7형사부(노갑식 부장판사)는 지난 4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후보자로 선정되고 재판에 불출석한 김모(38)씨 등 20명에게 과태료 30만~100만원을 부과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기소된 권모(70)씨 재판의 배심원 후보자 통지를 받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20명 가운데 불출석 사유서를 내지 않은 10명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나머지 10명은 불출석 사유가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돼 30만~50만원의 과태료 물게 됐다. 이들은 불출석 사유로 직장 출근 등을 내세웠다. 이들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뽑힌 것도 아니고 생업 때문에 출석을 못하는데 과태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출석통지를 받은 배심원 후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최대 200만원 이하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단 질병이나 고령 등으로 움직일 수 없거나 관혼상제(冠婚喪祭) 등으로 참여가 어려우면 사유서를 내고 불참해도 된다. 하지만 출근 등은 불출석 사유가 안 된다.

 법원이 과태료 부과라는 칼을 빼든 것은 배심원 후보자들의 참여율이 갈수록 낮아져 국민참여재판의 정상 운영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후보 출석률은 30~40%에 머물고 있다. 노갑식 부장판사는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점차 ‘안 가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부득이하게 과태료를 부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변호사회 조용한 회장은 “배심원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당을 더 주거나 애초 소환대상 배심원 후보수를 늘리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김기환 기자

◆ 국민참여재판=배심원은 보통 7~9명으로 구성된다.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대상이 된다. 법원은 관할지역 주민 가운데 배심원 후보자를 무작위로 뽑아 통보한다. 7인 재판의 경우 100명, 9인 재판의 경우 130명 정도가 후보다. 사건 심리에 참여한 배심원단에게는 여비 등으로 12만원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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