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1000t 비축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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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시리아 정부는 어디에 어느 정도의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을까. 시리아는 북한과 함께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지 않은 5개 국가 중 하나다. 화학무기 비축량이나 취득 경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공개된 바 없다. 이 때문에 시리아 화학무기 관련 정보는 1970년대 이후 서방 정보기관들의 지속적인 관심사였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시리아의 주요 화학무기 비축 장소로 스커드미사일 기지를 겸한 알사피라와 하마, 홈스·라타키아·팔미라 등 5곳을 지목하고 있다. 시리아는 전국에 분산된 화학무기 저장고에 사린가스와 겨자가스·타분가스 등을 저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 국가방위안보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의 화학무기 비축량은 1000t에 달하며 시리아 전역 50여 곳에 나누어져 관리되고 있다.

 시리아는 정교한 화학무기 운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화학무기는 운반이나 군사작전 투입이 매우 까다로운 무기다. 지난해 9월엔 시리아 정부군이 다마스쿠스에서 항구도시인 타르투스로 운반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미국 등 서방국가를 긴장시켰다. 시리아 정부는 당시엔 “반군이 화학무기를 점유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갖게 된 과정은 중동 지역의 복잡한 역사를 반영한다. 시리아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집권 시절인 72~73년에 겨자가스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이집트가 이스라엘 견제 명목으로 제공한 것이다. 세포독성 가스로 겨자 냄새가 난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눈과 피부·폐 등 호흡기에 화상을 입힌다. 당장 죽음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암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해독제도 없다.

 시리아가 이번에 사용한 화학무기는 사린가스일 가능성이 높다. 사린가스는 30년대 독일 연구진이 개발한 신경성 맹독 가스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를 미사일 혹은 박격포에 탑재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린가스는 접촉 수초 만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시리아는 80년대 소련으로부터 사린가스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련은 시리아에 화학무기 이전과 함께 이를 이용한 군사 작전, 운반 방법 등을 전수했다.

 시리아는 80년대 초부터 화학무기 자체 개발을 해왔다. 미 CIA는 시리아가 VX가스 개발까지 시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VX가스는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며 사린가스보다 최소 100배 이상의 독성을 갖고 있는 화학무기다. 예루살렘포스트는 2007년 시리아가 VX가스를 포함해 연간 수백t의 화학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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